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3개 교단(편의상 송천동측, 종로측, 개신측으로 구분) 합동이 전면 무산됐다.

예장 개혁 송천동측(총회장 안성삼 목사)이 형제교단인 개혁 종로측(총회장 류현옥 목사)과 개신측(총회장 박 용 목사)과의 합동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100총회가 성총회가 되도록 모든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로 한 것. 이로써 예장 개혁 송천동측의 제100회 총회는 오는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차기 총회장 후보인 김정훈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축복교회당에서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란 주제로 개회될 전망이다.

실행위 왜 열렸나

개혁 송천동측이 제100회 총회를 기점으로 의욕적으로 시도했던 3개 교단 합동을 전면 중단한 결정은 지난 28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축복교회 교육관 3층에서 열린 제99-1차 실행위에서 이뤄졌다. 총회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실행위가 열린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실행위는 앞서 지난 21일 종암중앙교회에서 가진 3개 교단 합동전권위원장들의 모임에서 도출한 합동합의서가 비선경로로 외부에 유출되면서 발단이 됐다. 카카오톡 등으로 총회원들에게 확산된 이 합동합의서에는 △교단명칭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개신)으로 한다 △2007년 종암중앙교회, 경기1노회 재판국, 개혁총회 재판국, 대법원 확정판결로 면직 출교된 자는 교회법과 사회법대로 시행한다 △개신학교 출신이 아닌 목회자들의 편목교육을 실시한다 △3개 교단의 내부적인 부채나 시무국은 모두 정리한 후 새롭게 사무국 인원을 구성한다 △합동총회는 종암중앙교회로 한다 등 송천동측이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에 송천동측 내부적으로 형제교단과의 합동은 본질적으로 환영하지만, 합동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감지됐다. 특히 과거 다락방과 손을 잡았던 개신대학원대학교가 속한 개신측이 아무런 사과도 없이 합동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나선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개신측에게만 유독 유리한 조항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한 합동전권위원들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았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송천동측 내부적으로 “몇 사람이 개인적인 야심 내지는 야욕을 채울 목적으로 무리하게 합동을 추진한 것”이라며, “대등한 총회와 총회간의 건강한 합동이 아니라 종암중앙교회라는 특수한 지교회와 2000여 교회가 속해있는 거대교단 간의 불균형적인 합동을 넘어 야합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불만 섞인 주장까지 나왔다.

또한 합동합의서의 각 합의사항을 하나씩 풀어서 반박한 ‘졸속합의문에 대한 소견’이란 장문의 문서가 돌고, “모 인사가 합동총회 총회장으로 내정되어 있다”, “모 전권위원은 개신대학원대학교 교수직을 약속받은 상태다”, “총회장 위에 전권위원이 있다” "모 인사가 총무로 내정되어 있다" 등 합동전권위원들에 대한 소문도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말 그대로 총회가 사분오열의 기로에 섰다. 언제까지 합동전권위원들의 아름다운(?) 합동소식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제100회 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 등으로 선관위원회 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등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총회 규칙에 따라 실행위를 긴급하게 소집하게 됐다.

 
실행위 무엇이 오갔나

우여곡절 끝에 열린 실행위원회는 50명의 실행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벽두부터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올라온 안건들도 △합동전권위원회 직무정지 건 △서기 불신임 건 △선관위원장 직무정지의 건 등 민감한 사안들로 가득했다.

이미 합동합의서에 대한 각종 문서와 소문 등이 나돈 상태라 합동전권위원의 설명이 필요했던 차에 실행위원들의 바람대로 황인찬 목사가 가장 먼저 총대를 메고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황 목사는 먼저 앞서 3개 교단 통합합의서가 1차로 유출되기까지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스스로도 합의서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아 (합동 철회를 선언한)종로측을 뺀 개신측과의 재협상(?)을 벌여 새롭게 도출한 합동합의서(실행위가 열린 8월 28일 당일 작성)를 현장에서 실행위원들에게 배포했다. 더불어 개신총회에서 공고한 것이라며 2개의 사과문도 함께 공개했다.

이 합의서에는 황 목사의 (기존 합의서에서 7가지 조항을 바꾸려 했다는)말대로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은 합의사항 중 ‘총회 공식 명칭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으로 한다’ 등 몇몇 부분이 수정되어 있었으나, 여전히 실행위원들의 마음에는 미흡한 부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에 한 실행위원은 “ 21일에 총회장에게 합의하겠다고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인지 묻고 싶다. 7개항을 완전히 바꿔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은 합동원안 자체가 합당하지 않다. 만약 여기서 부결이 되면 합동 포기할 것인가, 그대로 갈 것인가 합동전권위원에게 묻고 싶다”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한 합동전권위원이 “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실행위에서 ‘된다’, ‘안된다’고 결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실행위에서 합동전권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느냐? 속한 시일 내에 합동전권위 모여서 우리가 합동하고자 하는 총회를 다 싫어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의견을 나누겠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고 더 기도하자”고 맞불을 놓았다.

이후에도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갈려 장고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날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총회 인준신학교를 개신대학원대학교로 정하느냐는 부분이었다. 사실 총회 인준신학교가 절실했던 송천동측으로서는 개신대학원대학교가 총회 인준신학교로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그동안 다락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개신대학원대학교의 행보를 볼 때 굳이 총회 인준신학교로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딜레마에 빠진 것. 그것도 모자라 모 증경총회장이 말했듯이 그동안 십수년을 개신대학원대학교를 위해 후원해 왔는데, 다락방과 연계됐었던 개신대학원대학교를 다시 후원을 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조항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

이에 일부는 국신 등 개신대학원대학교가 아닌 제3의 신학교를 총회 인준신학교로 하는 방법도 없지 않다며, 개신대학원대학교가 총회 인준신학교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개신대학원대학교를 털고 가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김정훈 목사가 모 신학대학원 인수를 위한 가격 협상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2007년 종암중앙교회, 경기1노회, 개혁총회 재판국, 대법원에서 판결 확정된 면직출교된 자들은 교회법과 사회법의 판결대로 시행한다는 합의조항도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일부는 “이 조항은 개신총회와의 합동이 아니라, 종암중앙교회와의 합동이나 다름없다”고 비꼬고, “지교회 문제는 지교회에서 처리할 일이지 교단 간 합의사항에 들어갈 조항이 아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합동 총회를 종암중앙교회에서 개회하는 것도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일부 실행위원은 이미 법에 의해 현 부총회장인 김정훈 목사가 총회장이 되는 순서에 따라 축복교회에서 하는 것이 맞는 말임에도 종암중앙교회에서 하는 것은 절차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100회 총회 준비에 만전

이에 합동합의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한 실행위원은 “개신총회의 사과문이라고 하는데, 종암중앙교회의 사과문이다. 오늘 상정 안건으로 나와 았는 것이 내일모레가 총회인데, 언제까지 합동안건을 가지고 시간을 끄느냐? 여기서 부결이 되면 무조건 순종하고 여기서 합동은 멈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실행위 석상에서 합동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가름내자고 했다.

이에 또다른 실행위원은 “99회 총회에서 11명 합동전권위원들을 임명했는데, 과연 이정도도 수용하지 못할 교단인가. 아니면 정치적인 것인가. 합동전권위원들은 그동안 공신력 있게 수많은 일을 해왔다. 이정도도 소화할 수 없다면 개혁교단의 미래를 어디에 포커스를 줄 수 있을 지 고민이다”고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급기야 이것에 대해 결자해지할 기회를 달라는 주장이 나왔고, 실행위에서 합동전권위원과 관련된 결의를 한 뒤에 올 후폭풍에 대해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경과되어 실행위 석상에서는 형제교단과의 합동은 추진하되, 이번 회기가 아닌 100회 총회 이후에 다시 재론하자는 목소리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물론 합동전권위원과 관련한 갖가지 추측성 소문이 무성한 상태에서 자칫 교단이 분열의 위기에 처할 수 있음으로 이들에게 스스로 결자해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입장도 나왔다.

결국 안성삼 총회장은 실행위를 잠시 멈추고, 총회 화합차원에서 합동전권위원들에게 결자해지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다. 이 자리에는 합동전권위원 100%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실행위원들의 관심이 고조에 다다랐을 때 이들은 장고 끝에 내놓은 방안을 밝혔다.

 
이에 합동전권위원장 임장섭 목사는 “총회의 막중한 사명을 맡겼는데 감당을 잘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총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전권위원회는 오늘로서 모든 직무를 그만두기로 결의를 했다. 다음회기에 또 맡기면 할지는 모르지만 이번회기는 모든 것이 끝이 났다”고 사실상 이번 회기에서 개신총회와의 합동이 중단됐음을 선언했다.

이에 실행위원들은 막힌 체증이라도 뚫린 듯 박수를 보냈고, 앞서 민감한 안건들에 대해서도 총회 화합적 차원에서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100회 총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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