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미국을 여행하다보면 주 경계를 넘어 갈 때마다 하늘 찌르듯이 높이 솟은 성조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적어도 필자에게서는 높은 국기 게양대에서 펄럭이고 있는 성조기였다. 그들은 성조기를 바라보며, ‘Royalty, Pride, Happy’를 외치며 기뻐한다. 비단 그들뿐이겠는가? 우리에게서 태극기는 자부심을 넘어 민족 고난의 상징이요 아픔과 서러움의 목격자요 위로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경기에서도 태극기를 들고 열광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젊은이들의 애국심의 형태가 바뀌었을지라도 애국의 본질이 바뀐 것이 아닌 것이기에 청춘들의 태극기 사랑도 구세대와 달라 그렇지 여전히 믿을 만하다.

그런데 서울시의 가장 상징적인 자리인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국가보훈처의 요청을 서울시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서울시 광장심의위원회를 빌려 단호히 거부했다. 그리고는 광장 건너 편 작은 공원으로 옮기라고 권고했단다. 그런데 그 이유가 더 가관이다. ‘서울시민의 통행과 이용에 불편을 준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당장 오늘 저녁 광화문 광장을 산책 나오는 시민을 붙잡고 국기 게양대의 설치가 얼마나 불편을 주는 지 물어보란 말이다. 사람의 사회가 상식과 도리라는 것이 있는데, 국가의 상징인 국기를 서울시의 심장으로 상징되는 광화문 광장에 세우려는 보훈처의 의도를 분명히 알면서, 국기 게양대를 구석 작은 공원으로 옮기라는 그들의 저의가 정말 의심스럽다.

단언하건데 소시민에 한 사람이 필자를 포함하여 거의 대부분 서울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의 국기 게양대가 불편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랑스럽다. 군사 독재시절 파쇼적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에 세우려는 국기게양대가 아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사고를 가지고 그 설치를 막는가? 지금 태극기는 우리의 자부심이요, 자랑이요, 사랑이며, 우리가 지켜내야 할 대한민국의 가치를 상징하고 있다. 그것이 광화문 광장에서 펄럭이고 있다면 행사를 위해 모였던 이들의 눈이 즐거울 것이며, 우리 민족이 얼마나 훌륭한 민족이며 또한 멋인 일을 해냈는지를 자녀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소위 위원회라는 사람들이 이러한 멋진 장을 막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반드시 서울시가 대답해야 한다.

특별히 박원순 시장이 이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는 최근 한국 지성들과 양심적인 보통사람들 그리고 한국 교회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예산까지 지원해가며 망국적 동성애 축제를 그 광장에서 열도록 허락했다. 그때 우리는 정말 통행이 불편했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 불편한 행사를 세금으로 지원하며 허락한 시장이, 우리의 자랑이요 자부심의 상징인 국기 게양대를 시민 불편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위원회를 그냥 보고 있는 그 저의 역시 의심스럽다. 필자의 그의 국가관과 시민의식에 관한 원초적인 의심과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 사회의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시장과 위원회는 그 힘이 다른데서 나오는 것으로 오해한 듯하다. 지금은 군사 독재시대도 아니고 어설프고 감상적인 애국주의가 득세하던 시대도 아니다. 진심으로 대한민국이 좋고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그래서 태극기가 늘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높이 들고 대~한민국을 외쳐보고 싶다. 그런데 그런 태극기를 저쪽 구석진 곳에 치워두라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듣고 있으려니 기분이 나빠진다. 갑자기 내가 사는 서울에서 태극기를 창피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분이 나빠진다! 정말 기분 나쁘다!! 진짜 기분 나쁘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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