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위근 목사

▲ 박위근 목사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며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유관순 열사는 거사 전날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오 오, 하나님이시여 이제 시간이 임박하였습니다. 원수 왜(倭)를 물리쳐주시고 이 땅에 자유와 독립을 주소서. 내일 거사할 각 대표들에게 더욱 용기와 힘을 주시고 이로 말미암아 이 민족의 행복한 땅이 되게 하소서. 주여 같이 하시고 이 소녀에게 용기와 힘을 주옵소서.” 유관순 열사의 기도는 오늘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 준다.

1919년 3.1만세운동은 한국교회가 선봉에 섰던 민족의 독립운동이자 자주운동이었으며, 구국운동이었다. 이는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당에서 시작된 교회부흥운동이 한국교회를 새롭게 했을 뿐 아니라, 도탄 속에 빠져있는 민족을 향한 한국교회의 책임 있는 응답으로 나타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명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었고, 3.1운동 직후 감옥에 투옥된 9,458명 중 22%가 넘는 2,087명이 그리스도인이었다. 3.1 만세운동은 한국교회는 물론 기독교계 학교를 중심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이처럼 당시 한국교회는 민족의 동량을 배출하는 인재양성의 산실이자, 겨레의 정신적 지지대였다. 나아가 기독교 신앙과 정신이 민족자존과 인류평등을 근간으로 하는 기미독립선언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할 때 이를 끝까지 거부함으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순교의 피를 흘렸다. 나아가 한국교회는 조국광복 이후 나라가 분단된 후 참혹한 6.25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실의와 절망에 빠진 백성을 위로할 뿐 아니라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군사독재정권 시기에는 민주화운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고난을 당한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사명을 다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경이적인 성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족의 등불이었던 한국교회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되고 말았다.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니라”(마5:13)고 경고하신 주님의 말씀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현실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 된 사명을 다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철저하게 성찰하고 죄를 회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함으로써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그리스도인다움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갱신과 회복, 일치와 연합을 위해 노력하고 작은 자의 벗이 되어 섬길 뿐 아니라 스스로를 낮추어 서로 섬기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한국교회는 다시 민족의 희망이요, 등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