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구원의 은혜를 묵상하는 기간이다. 올해는 2월 13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부활절 전야인 3월 30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이다. 한국교회 뿐 아니라 전세계 기독교회들은 이 기간을 부활절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도와 금식, 자기 성찰의 기간으로 지키고 있다.

사순절에 우리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심정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고 회개하며, 예수의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위기에 빠진 한반도에 평화의 싹을 틔워 ‘십자가 이후의 부활’처럼 고통의 연단을 거친 뒤에 도래할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소망하며 마음을 모아 기도할 때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으심을 통해 부활에 이르는 구원의 능력을 드러내는 기간이다. 따라서 내가 금식하는 것에 관한 절기가 아니라 나를 위해 예수님이 금식하신 절기요, 내가 고통하는 절기가 아니라 나를 위해 고통당하신 예수님의 고통에 관한 절기이다.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나에 관한 절기가 아니라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죽음에 관한 절기이다. 사순절은 진정 내가 포기하는 절기가 아니라 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당신의 생명을 포기하신 예수님의 절기인 것이다.

누구든지 죽음의 권세를 이기는 새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죽음에 참여한다는 것은 옛사람을 버리고 옛 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도, 금식, 자선봉사는 사순절 기간동안 그리스도인들이 전통적으로 행해 온 중요한 관습이다.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정의, 금식은 자신을 향한 정의, 자선봉사는 이웃을 향한 정의를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순절 기간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새롭게 점검하는 기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순절이라는 교회의 아주 특별한 절기가 피부에 그리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회들마다 겨우 하는 것이 특별새벽기도회와 총동원전도 계획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삶의 현장에 대한 고민이나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사순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도 없고 지키지 않는다고 제재를 가하는 일도 없다. 여러 가지 교회의 경축행사도 사순절에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많은 성도들의 본이 되어야 할 성직자들이 호텔이나 출입하며 언어나 행동에서 조금도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일반 교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순절은 나를 비우는 기도와 절제, 금식과 선행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묵상하고 깨닫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소비 지향적이었던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성경말씀에 근거한 검소한 생활습관으로 바꿔가는 연단의 시기로 삼아야 하겠다.

그리스도인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은혜이다. 십자가 앞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은혜를 우리가 어떻게 새롭게 하였는지를 깊이 깨달음으로 새로운 삶으로 결단을 이루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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