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목사끼리의 칼부림 사건이 또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것도 교회 내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 충격 그 자체이다. 잊을만하면 되풀이 되는 추악한 사건들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대형교단의 총무까지 역임했던 A목사가 자신과 과거 같은 노회 소속이었던 B목사를 찾아가 조폭들이나 사용할 만한 회칼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정확한 경찰 조사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원인의 중심에 한국교회의 치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데 있다. 사건을 다룬 기사들을 살펴보면 두 목사는 원래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A목사가 총무로 당선되기까지 B목사는 그의 참모 역할을 하며 그를 비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의 좋은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다고 한다. B목사가 A목사의 지시로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자필 진술서를 써서 금권 선거를 폭로하면서 A목사는 앙심을 품었고 회칼을 준비해 교회를 찾아가 앙갚음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금품선거가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종교개혁 498주년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두 목사가 과거 몸담았던 교단은 국내 최대의 교세를 자랑하며 장자 교단을 자처하는 교단이다. 두 목사가 이미 교단을 탈퇴하고 떠났다고는 하나 총회 총무를 역임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교단 정치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은 그 부패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금품살포로 교단의 요직을 꿰차고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다고 해도 아무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이미 교단 내에 이러한 선거풍토가 독버섯처럼 관행으로 자리를 잡아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기 때문이다.

돈으로 자리를 사고, 어느 자리에 앉혀 주겠다는 은밀한 거래가 다른 곳도 아닌 교회 내에서 버젓이 횡행하는데도 대다수 목회자들이 별반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번 칼부림 사건에는 두 목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범자 내지는 방조자가 아닐까.

종교개혁 498년을 맞는 오늘 ‘개신교인’을 자처하는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자문했으면 한다. 교직을 돈으로 매매하고 심지어 죄 사함을 받는다며 면죄부까지 팔았던 부패한 1517년 10월 31일의 가톨릭과 우리가 과연 무엇이 다른가. ‘개신교인’을 자처하면서 오히려 종교개혁 당시의 부패한 가톨릭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모두 뼈를 깎는 회개를 통해 다시 한 번 종교개혁을 일으키자. 성서의 권위와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을 강조하자. 세속적인 신앙에서 초대교회신앙으로 돌아가자. 교회가 세속화되고 교회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할 때, 교회는 부패하고, 세상은 혼탁해지고, 사회는 전반적으로 어두워졌음을 명심하자.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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