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창에는
늘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

창을 열면
가슴 깊이 갇혀 있던
새 한 마리
날아오르리라

하얗게 발사되어
구석구석 해가 되는 빛살 꾸러미
그 꿈을 물고
비어있는 마음밭 네게로 가면

원근법의 그림
한 장
길이
손짓하며 일어서리라
생각이 있는 창에는
늘 하늘이 열려 있어

▲ 정 재 영 장로
생각(think)은 마음(mind)과 달리 의지성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의식이 창에 있는 것이다. 창이란 밖과 안의 경계선이다. 그것은 닫으면 가로막일 수 있고 열면 통로일 수 있는 지점이다.

첫 연의 생각이 있는 창이란 늘 하늘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뒤집어 말하면 하늘의 의미나 뜻을 말한다. 늘 기다린다는 것은 항상 소원하는 하늘과의 소통의 의식을 내포함이다. 화자가 생각하기 전 하늘이 선행적으로 기다리는 상태, 그것은 신의 선재(先在)의식을 암시하고 있다. 그 생각을 이끈 동력조차도 하늘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자기의지 이전에 이미 신적인 초청을 말함으로 신념이 아닌 신앙의 자세를 숨겨 말하고 있는 것이다.

2연의 ‘가슴을 열면’은 기다리는 사람의 초청에 반응하는 것으로, 신에 대한 응답을 말한다. ‘새 한 마리’는 화자의 전인격을 의미하며, ‘갇혀 있던’은 깊이 내재된 무의식 속이거나 원형심상을 말하는 것이다. ‘날아오르리라’는 말은 하늘로 향한 신앙의 적극적 자세다.

3연의 해가 되는 ‘빛살 꾸러미’는 화자의 승화되는 신앙을 말함이다. ‘비어 있는 마음 밭’은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원초적 자리를 말한다. ‘가면’이라는 말로 조건이나 가정을 설정함으로, 인간의 행동을 요구하는 신앙의 지정의를 통한 전인격적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그 창은 ‘하늘이 열려’있는 곳으로, 신의 무한한 사랑이나 용서를 의미한다. 생각이 머무는 장소를 다른 말로 하면, 신과의 소통 즉 기도를 통한 무한한 세계로의 접목을 추론케 한다. ‘늘 열러’ 있는 창은 기도의 가능성을 은유하려 함이다.

이 작품처럼 종교적 언어가 하나 없어도 가장 종교적인 작품으로 태어나는 것을 볼 때, 정서(관념)으로 부터 도피라는 엘리엇 이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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