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대한민국의 정치 메카가 여의도라면 미국은 워싱턴D.C. 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제선된 대통령으로 제2기를 출발하는 취임선서를 하였다. 이날 워싱턴광장에 모여든 인파는 80만을 넘었다고 한다. 4년 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역사적으로 유색인종으로서 미국대통령이 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었다. 그의 4년 임기는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 국가 신용등급은 떨어졌고 월가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경제 한파는 현재진행형이며, 실업자는 나날이 늘고, 그래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몰아세우며 롬니 공화당 후보가 기세를 올린 초반에는 재선은 물 건너갔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런대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오바마를 선택했다. 그는 워싱턴 D.C. 의사당 앞 광장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이 손을 얹고 선서하고, 흑인 인권 운동가 마르틴 루터가 사용했다는 그 성경위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였으며 16분의 취임연설을 하였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 상하의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국정연설을 했다. 1시간 연설에 105번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적(政敵)인 공화당의원들까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아주 색다르게 보인 까닭은 여의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생소한 일 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우리나라 18대 대통령 선거전은 전입가경이었다. 서울대학교 교수가운데 한 사람이 여의도 정치판을 확 바꾸자는 쇄신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젊은이들은 매료되었고, 대학교수로 대표되는 지성인들은 그 편에 줄서기에 아주 바빴다. 잘 했으면 그 분이 대통령 될 뻔 했다. 이런 현상은 여의도가 얼마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실증하는 사건이자 웅변이었다. 그런 소용돌이를 헤치고 선거의 여왕임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당선을 일구어 냈고, 청와대 입성 용 단 한 장 밖에 없는 아주 비싼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니 우리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몇 일후면 박근혜 정부가 국정의 문을 열게 된다. 박 당선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것도 독신이자, 독재자라는 불명예스런 이름표를 달고 있는 아버지의 딸로서 당당하게 과반수 지지를 얻어낸 대통령으로서 봉황문양이 그려져 있는 청와대의 주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세계를 향하여 무엇인가를 보여 줄 차례가 되었다. 여의도 정치 문화가 워싱턴D.C.의 그것보다도 더 낫다는 것을.... 어느 기자가 워싱턴을 방문 했을 때, 이름 모르는 시민으로부터 여성 대통령을 선택한 우리 대한민국이 부럽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이 유색인종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보다 우리 대한민국이 여성을 선택하여 대통령을 만든 일을 더욱 획기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오른 손을 들고 취임선서를 한다. 비록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는 선서는 아니지만 그렇게 함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이다. 그가 선서 후에 국회의사당을 방문하여 연설을 할 경우 모든 국회의원들이 기립하여 그를 맞이하는 아량을 보일 것인가? 그리고 105번은 아니어도 적극적인 지지와 존경을 표하는 통 큰 국회의원들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정권교체를 실패한 그 일의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될 것이 아니냐며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 통합당 소속 의원들의 태도를 두 눈을 끄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박근혜씨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출마 했다는 궤변을 앞세우다가 중도하차하면서 국고에서 27억을 훔치고도 말 한마디 없는 꿀 먹은 벙어리 종북 좌파세력 일파는 어떻게 대하는지 그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연 여의도가 워싱턴을 능가할 수 있을까?
 

개혁전 총회장,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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