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내려
대지는
모성으로
숨 쉬며

도시의 거리
가로등 이고 걷는
우산 속
두 연인

오늘 밤은
사랑으로 젖어
천상의 꽃
피우려나

▲ 정 재 영 장로
 제목은 ‘봄비’인데 첫 연 첫 행은 ‘봄v비’로 띄어져 있다. 의도적인지 오류인지 모르나 둘 다 각각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봄에 내리는 비 자체이며, 후자는 봄이라는 모든 절기에 내리는 다양한 비를 말한다. 전자는 비에 중심이 있다면 후자는 봄이라는 절기에 강조점이 있다. 본문에 후자로 나와 있으니 후자로 읽는 것이 옳다고 본다. 왜냐면 봄비의 단순성보다는 봄 비가 가지는 복수의 의미로 볼 때 절기가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고 함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봄에 내리는 비에 의해 봄은 숨을 쉰다는 것이다. 이때 모든 봄의 비는 모성적 이미지가 된다. 이것은 출산과 양육을 내포한다. 대지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고 새싹을 내는 것을 ‘모성으로 숨’을 쉰다고 비유하였다.

2연은 배경을 봄비의 자연성에서 도시성으로 치환이동하고 있다. 재미있는 표현은 ‘가로등을 이고 걷고’ 있다는 점에서 낯설게 쓰려는 점이다. 이것이 시가 가지는 창조성이다. 자연 속의 인간상을 이동시켜 도시의 두 여인으로 동원함으로 모성적 사랑이 도시 속까지 연장되는 것을 알게 해준다. 즉 봄은 자연적인 대지와 인공적인 도시를 포괄하여 전우주적 시야를 마지막 연에서 보여준다.

봄비는 대지를 살아나게 하고 사람을 우산 속 근거리로 모여지게 하는 동시에 우주적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봄비 속에 나타나는 신적인 손길을 숨긴 은유의 작품이다. 대지에서 사람으로, 다시 천상으로 변환하는 모습은 시각이 상향성을 가지는 것으로, 봄비라는 것이 신적 속성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즉 봄비는 하나님의 손길이며 축복임을 말하고자 함이다. 한걸음 나아가 모성적 사랑이나 인간의 모든 사랑도 마찬가지임을 말한다.

이처럼 시란 대상을 통한 새로운 시야로 해석하려는 태도이다. 이것은 창의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창의성이란 체험을 총한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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