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종 문 목사
지난 12월 28일, 한국 정부는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이번 협상이 과거에 비해 진전된 협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한일 간 오래된 갈등요인인 위안부 문제의 해결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합의는 역사에 남을 굴욕적 외교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참담한 합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법적인 사과도,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대책도 없이 단 10억 엔에 그들의 역사적 책임을 덮었다. 이 굴욕적인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사전 논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조차 이전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 현 대한민국 외교의 현 주소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는 지극히 당위적인 사안이다. 현 정부와 외교부가 협상에 들어가기 이전에 당사자들과 논의 한 번 없이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임의적으로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외교적 성과’를 위해 피해자들의 의견은 수렴하지도 않은 채 합의를 도출해낸 것은 도의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211회 동안 시위를 지속하면서 요구했던 것은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이었다.

이번 협상이 피해자들과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되지 않았고, 그들의 요구 또한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번 결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합의가 되어버렸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명백하지 않은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리하여 어떤 간섭도 개의치 말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일본 정부와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외교장관들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단정지었다. 이는 이제 더 이상 그 문제를 꺼내지 않겠다는 대답을 확정하려는 기만적인 술수에 다름없다. 만약 진정 그것을 원한다면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사회적, 민족적 합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골칫거리를 없애버리겠다는 심산으로 명백한 제국주의 국가의 범죄행위를 묻어버리겠다면 대단한 오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신사참배를 하고,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데 일조한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과오를 씻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참회하며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