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남북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8·25합의를 깨고 제4차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연초에 터진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또다시 냉전 이데올로기의 무력 대결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독교계 뿐 아니라 정치권도 여야 할 것없이 북한이 자행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중대한 도발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이번 4차 핵실험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대내외에 선전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원자폭탄보다 더 강력한 무기로 한반도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북한에서 실험한 것이 수소폭탄이든 원자폭탄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핵심은 북핵이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명백한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지뢰 도발을 감행하는 등 끊임없이 호전성을 드러내왔다. 그러다가 군 당국이 대북확성기방송을 시작하자 먼저 대화를 요청해 와 어렵게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8·25합의를 도출하고 10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남북이 화해 해빙무드는 아니더라도 모처럼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하나씩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터진 수소폭탄 실험은 분명 패착이다. 그들 스스로 정권의 불안정성을 한반도의 불안정세로 몰고 감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고 차후에 국제사회와의 협상카드로 삼으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하더라도 엄청나게 잘못된 선택임에 틀림없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해 왔다. 그런 시간들이 이번 북핵 실험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그만큼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한반도에서 핵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화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에 기독교계 여러 단체들이 모여 국가안보와 북핵 폐기를 위한 국민기도회 및 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교연과 한기총, 한장총 등 주요 연합기관 대표들과 내로라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이름이 참여자 명단에 올렸다. 이들 기관 단체들은 당장 1월 24일 주일 오후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전국의 모든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국민기도회 및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국민기도회 및 국민대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대형집회 개최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단체의 성격이 모호하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건에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나서 3개 연합기관 대표들과 주요 대형교회 목사들을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3개 연합기관은 명분과 구색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름의 시민단체 운영 경험이 풍부한 모 목사가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계를 등에 업고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든 북핵 폐기를 타이틀로 시청앞 광장에서 연 대형집회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그리 새로울 것도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정작 당혹스러운 것은 “핵개발을 하거나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거나 전술핵을 배치해서라도 힘과 공포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북핵 폐기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의 회견문이었다. 결국 핵은 핵으로 맞불 놓자는 논리인데 만일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면 앞으로는 평화 통일의 망상을 접고 이렇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여, 우리에게도 어서 속히 핵무기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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