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인신매매 피해자의 60%가 인신매매 모집책으로 가담하고 있다. 인신매매 생존자를 위한 장학금 지원과 치료, 취업 연계 서비스 등이 절실하다. 젊은 활동가들이 소외된 여성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한국YWCA연합회(회장 차경애)가 마련한 강연회에서 퍼시픽링크스 재단 대표이사이자 공동창립자인 여성 인권평화활동가 디에프 부옹(Diep Vuong)이 밝힌 베트남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이다.

지난 21일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강연회는 베트남 여성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여성 인권평화활동가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 인신매매 현황과 추세, 베트남 내 인신매매를 줄이기 위한 노력 등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주한미국대사관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연을 주도한 디에프 부옹은 베트남 난민으로 미국에 건너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지난 20년간 베트남 여성들의 역량강화에 주력해 현재까지 6200여명의 소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신매매 예방교육과 인신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디에프 부옹은 “2015년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노예 상태에 있는 인구는 2천1백만여명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그 규모는 지하경제로 약 1천5백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의 경우 인신매매 피해자의 80%가 여성과 소녀들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인신매매 모집책의 60%가 이전에 인신매매 피해경험이 있는 여성들”이라며, “이들은 성폭력의 위험뿐 아니라,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일회성 폭력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의 순환고리에 노출되어 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렸다.

디에프 부옹은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개선코자 베트남, 중국, 라오스 국경 등지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발견할 경우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경찰들에게 대화법을 교육하고, 생필품 패키지 키트를 제공해 여성 피해자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이러한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과 취업 연계 지원을 통해 착취에 노출된 여성들이 스스로 취약상태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디에프 부옹을 향한 다양한 질문들도 쏟아졌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의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먼저 표한 한 참석자는 최근 이슈가 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물었다.

이에 디에프 부옹은 “이렇게 대표해서 사과를 표해주니 감사를 드린다”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하고, 그 당시의 일들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일관계에 있어 앞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디에프 부옹은 한국의 젊은 여성 활동가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한국YWCA의 프로그램이 여성과 청소년들에게 주는 영향력과 그 이후에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고, 당장 눈 앞에 놓인 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활동해주기 바란다”면서, “더불어 세대 간에 연대하는 일에도 적극 앞장서 주길 원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로 창립 94주년을 맞이한 한국YWCA연합회는 전국 52개 회원YWCA와 함께 성인지적 관점에서 여성평화운동과 성평등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특히 여성폭력 예방, 지역사회 성인지 거버넌스 구축, 성평등 의식과 문화 확산,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여성리더십 개발과 참여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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