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별님 잠든 밤
고요한 밤 깊은 밤

드르렁 드르렁
코고는 소리 잠을 깨운다.

살금살금 숨죽이고 보니
아 -
아빠다!

“미안해, 미안해”
무얼 잘못하였는지
잠꼬대를 하시니

자나 깨나
회사 걱정 집안 걱정

우리 아빠 생각할수록
눈물 납니다.

▲ 정 재 영 장로
동시의 정신이나 시심은 순수에 있다. 동시라고 해서 유치한 시상이 아니다. 동심으로 밝힌 언어 사용이 다를 뿐이다. 원칙적으로 어린이나 어른에게 문학이란 모두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런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내용을 크게 구분하면, 도입부분은 고요한 세상이다. 중간부는 잠꼬대라는 조그만 소란이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세상을 사는 어른들의 세상의 고통을 통한 아픔이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화자는 눈물의 애정을 보여줌으로 따스함이 있는 가정의 모습을 통해 반전해버리는 아늑함이 있다.

아빠의 잠꼬대 내용은 미안하다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것과 잘못했다는 말은 사과의 속성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어던 잘못을 사과하는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전체적인 문맥에서 볼 때 회사나 집안을 걱정하는 책임을 진 가장이나 직장인으로 더 잘 하고픈 새로운 반성과 각오를 표현한다고 읽는 것이 더 타당하다.

원래 사랑은 대상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이 융합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은 고맙고 동시에 미안하다는 마음이라는 것을 어린이 마음을 통해서 숨겨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른과 어린이 누가 더 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다고 마음씨까지 작고 유치하지 않음을 암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세상은 조용한데, 잠을 깬 어린이는 아빠에게 감사해서 혼자 눈물을 흐르고 있는 그림을 상상해 보면 더 잘게 된다. 그것은 누구나 해당하는 원형심상이며 본질적인 마음이다. 이것으로 독자를 감동의 도가니 속에 불러와 용융시켜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비로소 한 때 아이였던 어른 속에 어린 심상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동심으로 홀연히 빠져드는 미학적 기전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어떤 갈등을 만들지 않는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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