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호(130호)에서 지적했듯이 한국교회는 민족 앞에서 할 말이 없다. 민족 앞에, 하나님 앞에 속죄를 해야 한다. 정교분리정책을 내세워 민족의 의식화와 민족운동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대신 천박하고, 쓰레기 같은 복음을 전파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선교사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장사를 하며, 일본 식민지세력에게 직간접적으로 동조했다. 이것은 영국과 미국 등 강대국들의 팽창주의, 식민주의, 지배주의 이데올로기와 맞아 떨어졌다.

따라서 선교사들의 한국에서의 선교는 추상적인 영적구원과 심령대부흥운동에 머무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한민족의 의식화교육을 철저하게 막고, 도덕적 계몽교육을 통한 서양의 문화보급에 열심을 냈다.

한민족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언

영미선교사들이 일본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지배세력 적극 지원하고, 기독교 선교의 반민족적인 형태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상황에서도, 한민족의 항일민족운동과 기독교의 민족운동은 철저하게 때로는 미약하게,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민족의 고난과 유혈의 역사는 민족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민족독립에 대한 불가설’을 뛰어넘는 살아있는 역사이다.

이 역사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죄악을 증언하는 무력한 속죄양의 ‘고난의 역사’이다. 이는 또 예수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세계사적 의미와 구원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기독교의 민족운동은 선교사들의 정교분리정책과 선교사들의 지배, 잘못 받아들인 구원신앙 등 때문에 계몽운동 또는 문화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그런데도 민족정신의 명맥을 유지했다. 그것은 한국민족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일본 제국주의 아래서 최고의 조직을 갖춘 종교였다. 일본 지배자세력이 교회의 조직을 무서워 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나라의 독립과 민족해방을 위해서 활동하던 지식인들이 교회로 몰려 왔다. 이들은 민족의 어머니인 기독여성들과 민족의 아버지인 기독농민들을 등에 업고 민족해방운동을 벌였다. 이것은 3.1만세운동과 105인 사건, 그리고 신민회 조직과 근우회 조직으로 표출되었다. 일본 지배자 및 식민지세력들이 교회에 대한 감시의 눈을 떼지 못하고, 선교사들을 회유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905년 상동교회의 전덕기목사를 중심으로 한 교인들은 을사조약 무효화투쟁을 벌였다. 또 을사조약의 매국노 암살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은 비록 실패했지만, 기독교계의 민족정신과 주체의식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다.

1907년 상동교회에서 조직된 신민회는 다른 애국계몽단체들의 미약한 활동을 넘어서는 정치투쟁적 비밀 결사단체였다. 여기에는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기독청년, 기독농민, 기독학생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그리고 민족 최대 조직을 갖춘 항일운동단체였다. 전덕기목사를 비롯한 정순만 등의 상동파 인사들은 군사훈련을 비롯한 청년교육을 담당했다. 한국기독교는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매우 인색했다.

신민회는 데라우치 총독 암살을 계획했다는 구실로 1911년부터 수개월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600-700여명이 체포 검거되었다. 이들은 온갖 매질과 고문을 당했다. 이 탄압이 있은 후 선교사들의 정교분리정책과 일본 지배세력의 탄압에 의해서 기독교의 항일투쟁은 약화되기 시작했으며, 105인만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이 사건을 ‘105인 사건’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일본 만행 앞에 선교사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

정교분리정책 내세워 민족의 의식화 철저하게 봉쇄하는 잘못 범해
한국교회 3.1절 기념예배 그것의 의의와 더불어 한계문제 반성해야

만세운동 현장에 33인은 없었다

1919년 33인에 의한 독립선언문은, 3.1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만세운동 1년 동안 전국에서 계속해서 일어났으며, 많은 민족의 어머니인 기독여성, 민족의 아버지인 기독농민, 기독청년들이 일경에 끌려가 온갖 고문과 매질을 당했으며, 많은 기층민중이 순교를 당했다.

분명한 것은 3.1만세운동의 현장에 33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3.1만세운동은 1920년 초부터 일어난 사회운동에 비추어 재조명되어야 한다. 3.1만세운동은 피압박민족의 고난과 민족운동의 중요성을 자각한 기층민중들에 의한 운동이며, 이들이 바로 3.1만세운동의 주체로 평가되어야 한다. 해마다 교회와 각 단체에서 드리는 3.1절 기념예배는 그것의 의의와 더불어 한계문제를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교회가 미래의 올바른 민족사 정리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3.1운동의 한계문제는 민족분단의 상황에서부터 새롭게 밝혀져야 한다. 박순경 저 <기독교와 민족통일>.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3인은 그날 바로 일경에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이것은 총독부경찰간부가 후일 출판한 <조선독립운동 비화>에 그대로 실렸다.

“이날 새벽 독립선언의 음모계획이 우연하게도 관헌의 귀에 들려왔으므로 아침부터 관헌의 대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선언문 서명자 33인의 주택에는 약속이나 하듯 한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독립선언문 서명자 일동이 명월관 지점에 연행될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로 자수해 왔기 때문에 서명자 길선주 등 4명을 제외한 29명이 제1호실에 체포되어 자동차로 경무총감부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33인이 자수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33인이 명월관 지점에서 연행구속됨으로써 실제로 민중을 직접 지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활동도 하지를 못했다. 만세의 현장에 33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기독교계 16인은 3.1만세운동이 평화적인 운동이라고 해서 참여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려야 할지(?). 학생들은 지식인이며, 기성세대를 믿지를 못해, 이들과는 다르게 3.1운동 거사를 준비했다. 이것은 이후 3.1만세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파고다공원서 학생과 민중 중심으로 선언문이 낭독되었다. 그것도 주로 중등학교 학생과 걸인, 여성, 시골서 상경한 농민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여기에서 주지해야 할 사실은 지식층의 인사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학교 학생들은 3월5일 시위를 주도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았다. 기독학생이었던 정재용군(경신학교)은 팔각정에 올라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태극기를 달았다. 이것은 3.1만세운동이 학생들과 기층민중들에 의해서 철저하게 준비되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3.1만세운동은 5일 서울역 광장에서 재점화된 것을 비롯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났다. 서울 만세현장에는 5천여명이 운집했으며, 이들은 서울 각 지역으로 흩어져 대한독립만세의 물결을 이루었다. 이 만세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평양에서 200여명의 학생이 새벽차로 상경했다. 이들 학생들은 기층민중들을 향해 강연회를 갖고, 자주독립의 정당성을 설명해 많은 기층민중이 자주독립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3월1일과 5일 만세운동으로 많은 학생과 기층민중들이 연행구속되었으며, 구속되지 않은 학생들은 고향으로 내려가 자주독립만세운동을 벌일 것을 결의했다. 이들 학생은 동맹휴업을 선언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교회를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3.1만세운동의 주체는 기층민중

3월5일 학생들의 시위운동에 자극을 받아 면, 리 단위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만세운동은 음력 3월1일 충남 천안 병천 아우내장터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이다. 그 중심에 이화학당에 다니던 유관순 열사가 있었다. 한마디로 서울의 만세운동을 병천으로 옮겨놓았다. 부모는 일경의 총에 맞아 순교했고, 자신도 부상을 당했다. 그녀는 7년형을 받았고, 3.1만세운동 1주년을 맞아 감옥에서 만세를 불렀으며, 형사의 고문으로 죽임을 당했다.

이 운동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역사도 있었다. 학생들은 일어교과서를 찢어 불태우기도 했으며, 학생 스스로 일본인 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윤봉길 의사도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스스로 자퇴했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식민지교육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13개 공립보통학교 지원자가 1918년도에 1953명이었던 것이, 1919년도에는 1137명으로 크게 줄었다는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800명이 줄어든 셈이다. 분명 3.1운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민족적 현실에 대한 참여의식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였다. (송건호 저 <한국현대사론>)

3월 1일부터 일어난 만세운동은 전국적으로 번져 나갔다. 그 중심에는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이 있었지만, 만세운동의 주체는 민족의 어머니인 기독여성과 기독농민, 일반 기층민중이었다. 여기에는 초등학교 학생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기층민중 대부분이 참여해 말로 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서울 통신원은 3월 1일부터 월말까지의 당시의 피해상황을 아래와 같이 일본에 보고했다.

“창으로 찌르고, 칼을 휘둘렀으며, 마치 풀을 베는듯했다. 총과 칼로, 그리고 죽창으로 즉사자만 3750여명, 중상을 입은 후 사망자 4600여명, 옥사한 자는 그 수를 알 수 없다. 잡혀서 감옥에 가는 자는 수만명에 달하며, 계속해서 사망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박은식 저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이렇게 한국인들은 일본경찰과 헌병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들의 살해방법 역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칼로 여성의 음부를 찌르고, 살해당한 노부모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딸을 칼로 갈기갈기 찢고, 교회당에 주민들을 몰아넣고 불을 질러 집단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일인의 만행 앞에서 한국선교를 책임진 선교사 대부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재외조선 일본인들 역시 3.1만세운동에 겁을 먹고, 일본 헌병과 경찰에 협력했다. 한마디로 지배민족으로서의 정체를 남김없이 나타내 조선인 학살을 적극 거들었다. 일본 민간인들은 ‘방위단’을 조직, “일인 가정을 방화하는 자가 있으면, 조선인 가정 전부를 불태울 것, 일인 한사람이 사살되면, 될 수 있는 한 많은 조선백성을 죽일 것”을 부르짖었다.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이며,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러한 일인들의 만행에 분노한 조선백성은 4월부터 전국적인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은 3500여명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일경은 이 만세운동에 참여하려고 했던 목사와 제직 100여명을 결박하고 무차별 몽둥이질을 가했다. 이 때문에 민심은 극도로 흥분되었다. 흥분한 군중이 2만5천여명이었으며, 이들은 비무장으로 일본 헌병과 경찰의 총칼에 맞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여기에서 일본 헌병과 경찰의 총칼에 죽임을 당한 자만 80여명이었다.

수원군 남방 제암리에서는 교회로 기독교인과 천도교도를 소집, 교회문을 굳게 잠그고 방화해 살육했으며, 한 부인이 어린이를 창밖으로 내밀며, 아이만을 살려달라는 애원을 묵살하고, 아이의 머리를 칼로 쳐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마을 31가옥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또한 8개면 15촌락 317가옥도 불태웠으며, 이 과정에서 39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힘없는 조선의 백성들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외치다가 일본 지배세력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두고 일본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일본신문과 외신들은, 지배자 세력의 앵무새 역할만을 했다. 오늘 3.1만세운동의 피해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1만세운동 97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교회가 민족사적이며, 교회사적인 3.1만세운동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는데 서글프다. 당시 조선백성들의 역사와 의식을 몰각시키고, 이들을 향해 ‘회개’와 ‘영적구원’만을 외쳤던 선교사들의 행태 또한 아리송하다. 이들이 가져다가 준 신학이 오늘 한국교회의 전통신학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