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기독교 정당들이 창당 또는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고, 때가 때인만큼 기존 여야 정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정책 검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가장 주목되는 곳은 지난 3월 3일 창당한 기독자유당이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기독자유당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법을 포함한 동성애 반대 등 기독교계가 주목하는 이슈에 정치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04년과 2012년에도 기독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선 바 있는 전 목사는 기독자유당 창당을 위한 300만 기독교인 서명발기인대회를 개최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전 목사는 이번 총선도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지역후보는 자유롭게 지지하는 후보를 찍되 정당 투표에서 반드시 기독자유당에 투표함으로써 비례대표로 원내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2014년 5월 창당된 기독당은 이슬람국가(IS)의 기독교인 강간과 살인, 화형과 관련해 해당국가의 대사관을 찾아 우려를 전달하고 전방 애기봉십자탑 재건축운동을 벌여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선교사 출신의 이석인 총재가 이끄는 (가칭)진리대한당도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이란 타이틀을 걸고 활동하는 정당들은 대부분 반공주의를 표방하면서 이슬람 반대, 동성애 확산 저지를 통해 나라를 수호하고 한국교회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신생 기독정당들이 유럽처럼 정권을 잡는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다만 몇 석이라도 국회의원을 배출해 기독교계의 정책을 대변하도록 하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번 선거 직전에 급하게 가동되는 기독정당들이 과연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현실 정책을 펼 수 있느냐 하는 당위성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과거 여러 기독정당들이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보편적인 기독교적 가치보다는 편협한 종교주의적 색채를 띄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8년 김준곤, 조용기 목사 등 교계 원로들이 주도해 만든 기독사랑실천당은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 5만표 못 미치는 45만표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2012년에는 기독자유민주당을 창당해 지역구 후보는 한 명도 내지 않은 채 정당투표로만 국회진출을 노렸으나 1.2%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주요 기독교기관과 교단들까지 지지를 표명해 지난 3일 새로 출범한 기독자유당은 이번에야 말로 원내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크게 고무된 분위기이다. 기독교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교계의 표심이 결집돼 이번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교계 전체의 여론을 결집하는 데까지는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독정당들이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과 기독교적 대안 제시에 있어서 공감대는 불러일으키지는 못하면서 무조건 찍어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종교가 정치화하면 힘의 논리에 지배당하기 쉽다. 과거 기독교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오히려 손해보는 일이 더 많았다. 대통령이나 국가의 주요 요직을 기독교인들이 차지해 힘으로 기독교의 가치관을 심겠다는 생각은 미국이 갖고 있는 힘으로 세계를 지배함으로써 미국의 주도 하에 세계가 평화를 유지한다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이 같은 힘의 논리가 주님이 보여주신 사랑과 섬김의 길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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