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놓친 사람들은 혼자 걸었다
다른 사람들은 카페에 둘씩 앉아 들뜬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눈에서 시작된 얘기는 어떤 남자를 비웃는 얘기로 완결되어 가고 있었다
카페는 질퍽한 목소리들로 시끄러웠고
알 수 없는 음악이 웅웅거렸다
읽던 곳에 손가락을 끼워 두고 책을 덮었다
뒤 늦게 땅에 다다른 눈송이가 몇 있었지만
첫눈은 이미 그친 후였다
눈이 오지 않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건물의 옥상과 아스팔트 위에 눈이 쌓일 때
사람의 어깨와 쓰레기 더미 위에 눈이 쌓일 때,
눈 위에 또 다른 눈이 쌓일 때
분명 작은 소리들이 났을 텐데
하늘에서 내려 온 것들은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를 내고는
사라져간다

첫눈을 놓친 사람들이 혼자 걷는다
뒤늦게 땅에 다다른 눈송이가 몇 있었다

▲ 정 재 영 장로
시는 겉으로는 산문 같아도 시의 요소가 있으면 시다. 반대로 아무리 행갈이를 해둔다 해도 시적인 요소가 없으면 시의 형태를 가진 산문일 뿐이다.

이 작품은 그런 면을 지적하는데 좋은 예시가 된다. 이 시는 크게 두 장면이 나온다. 첫 째는 카페 안이요, 또 하나는 눈이 오는 옥상과 아스팔트와 사람의 어깨와 쓰레기 더미 위에 눈내리는 장면이다. 전자는 소란스러움이요, 후자는 작은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적막의 분위기다. 서로 상극된 장소의 이미지를 동원하고 있음에서 그 목적이 시적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상이한 두 이미지의 대비를 통해 카페 안과 밖의 소리의 의미를 담아두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카페 안은 사람들의 장소요, 그 밖은 눈의 장소다.

안에서는 남을 비웃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음악소리다. 그러나 밖에서 내리는 눈은 작은 소리에서 아무나 들리지 않는다. 카페 안은 저절로 들리나 빡은 귀를 기울려야 들을 수 있는 소리다. 그래서 눈의 소리는 의도적인 자세가 있어야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더군다나 눈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물로 비유한 소리다. 이 말은 눈의 소리 이전의 하늘의 소리다. 곧 눈을 하늘의 음성으로 비유해 놓은 것이다.

카페 안은 여러 사람들의 대화이지만 눈의 소리를 듣고자 걷는 사람은 혼자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다양한 비교의 설치를 한 그림의 무대를 전시하고 있는 의도는 곧 두 가지 속에 새로운 전달 목적을 담고자 하는 기획된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과 신과의 범 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시인의 암시성을 보여주는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제목의 11월과 12월은 카페 안에서 읽던 책 사이에 손가락으로 표시한 모습과 동일한 연말이라는 시대적 암시성까지 담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혼자 걸을 때 눈송이를 만나는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절대적인 가치나 존재는 혼자만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포함에서 어느 장면을 그린 산문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가 각각 해석해 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한 큰 울림은 시창작론에서 탁월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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