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목사)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교회(박노철 목사)에서 ‘WCC(세계교회협의회)-WEA(세계복음주의연맹) 대화(Dialogue)’를 위한 제42회 학술공개세미나를 개최해 관심을 모았다.

1846년 창립한 WEA는 에반젤리컬(복음주의) 교회 및 단체를 대표하며, 1948년 설립된 WCC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의 대표적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WCC와 WEA가 각각 2013년, 2014년에 부산과 서울에서 개최하는 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에서 공개적인 대화 모임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양대 기구간 연합과 선교협력의 가능성이 모색됐다. 세미나에서는 이들 기구간 역사/신학적 차이, 부산총회를 앞둔 WCC의 신학 노선에 대한 국내 교계의 찬반 논란 등으로 발제자들의 신중하고 조심스런 분위기도 감지됐다.

세미나를 주최한 한국기독교학술원 이종윤 박사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두 국제기구가 토론자를 선정함으로써 세계교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토마스 슈마허 박사(WEA 신학위원장)와 김상복 목사(WEA 의장, 할렐루야교회 원로)가 WEA의 입장에서, 마틴 로브라 박사(WCC와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 프로그램 총무)와 금주섭 박사(WCC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가 WCC 입장에서 각각 발표했다.

토마스 슈마허 WEA 신학위원장은 성서운동(성경읽기운동)을 통한 양 기구의 ‘거리 좁히기’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때는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성서가 배포되고 있지만 동시에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성경 말씀에 무지한 그리스도인이 더 많은 시대다. WEA는 성경읽기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이 운동을 통해 WCC와 WEA, 모든 크리스천들이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WEA와 WCC가 함께 성서운동을 통해 선교협력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마틴 로브라 WCC와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 프로그램 총무는 21세기에 WCC와 WEA의 교류가 활성화돼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협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WCC의 많은 부분을 결정할 주요 행사가 WEA의 협력자로 준비되고 있다. 또한 그들 중 WEA가 동참하기로 수용한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부산에서 열리는 WCC총회가 기독교 내 분리의 요인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서로 가까워지며 과거의 긴장과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WCC와 WEA 총회의 한국 개최는 과거의 긴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상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WEA 실행위 의장인 김상복 목사는 ‘하모니’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우리가 주님과의 교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 서로 간에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면서 “획일성에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조율해가는 것 또한 또 다른 일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주섭 WCC 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는 “지금 세계는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WCC로 기구화된 에큐메니컬 운동과 WEA로 모아진 에반젤리컬 운동이라는 이분법적인 선교 방식으로는 이같은 세상의 도전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 총무는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양대 기구의 총회를 통해 서로가 선교학적인 이해와 수렴 차원을 넘어서서 상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선교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WEA-WCC간 대화’를 필두로 부산 총회를 1년 앞둔 WCC에 대한 검증 토론 및 준비 활동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9일 서울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에서 ‘WCC 부산총회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복음주의적 제안’을 주제로 세계 복음주의운동의 거두로 꼽히는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