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살해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은, 살아 있는 자들에게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다. 사악해진 우리사회의 현실과 맘몬에 길들여진 나머지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부모에 의해서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살해되는 것도 모자라, 이웃에 의해서 젊은 여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한국여학생이 남자친구에 의해서 살해당했다. 지난 17일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것도 과거 신학원을 다닌 목사후보생에 의해서 일어났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산자들의 추모물결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줄을 잇고 있다. 강남은 죽임당한 여성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사악해진 사회의 불안한 마음을 담은 쪽지로 가득 매워져 있다. 또한 수많은 조화와 꽃다발이 모여졌다. 추모의 물결은 대학가와 전국 지하철역 부근 게시판에도, 피해여성의 ‘한의 소리’를 대신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민들의 이와 같은 조문 행렬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한의 소리’, 남의 자의 ‘피의 절규’로 들려온다. 그리고 여성대상의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도 열리고 있다. 추모문화제도 열렸다.억울하고 답답한 사연도 여러 가지이다.

“여자라서 죽었고 남자라서 살았다”, “5월 17일 새벽 1시 저는 우연히 강남에 있지 않아 살아남은 겁니다”, “우리가 당신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나라가 부끄럽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만들게요”, “대부분 여성은 언제나 작고 큰 위협에 처해있다”, “당신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이다. 마냥 슬퍼하기보다 말하고 행동 하겠다” 등등

이러한 사연들은 허술한 사회 안전시스템 때문에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폭발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사회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오늘 우리사회는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의 살해사건을 비롯해 여성 살해사건, 떠돌이(동포여성)살해사건 등등으로 몸살을 알고 있다.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피해자의 ‘한의 소리’와 남은자의 ‘피의 절규’가 전국을 흔들어 놓고 있다. 살아 남은자들은 미리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죽임당한자의 ‘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시는 사회적 약자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공중화장실을 분리하도록 하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공중화장실법은 2004년 1월 29일 이전 시설과 연면적 3000㎡ 미만의 건축물(1·2종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2000㎡미만)에 대해선 ‘남녀 화장실 분리’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2004년 1월 29일 이전 건물도 남녀 화장실을 분리토록 하고, 경찰청 범죄 통계상 성범죄가 빈발하게 발생하는 풍속영업업소와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경우 규모와 상관없이 화장실을 분리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장실법을 고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얼마전 대전에서는 여대생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유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으며, 어르신들이 길거리를 걷다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다. 어찌하여 우리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그것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신학원생이 ‘묻지마 살인사건’의 가해자라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신학원을 중퇴한 피의자 김모씨는 “신학원에 재입학하면서,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이 살인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경찰의 조사결과이다. 여기에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자리를 옮겼는데, 김씨가 이를 여성들의 음해 때문이라는 피해망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강남 여성 묻지마 살인사건’ 역시 생명의 가치와 인간존엄성을 상실한 우리사회의 단면임에 틀림없다.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우리사회가, 국민들이 변화되지 않는 한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며, 이들의 ‘한의 소리’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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