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고대 이스라엘의 대 예언자 엘리야가 수를 다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가 되었다. 엘리야는 자신이 떠나기 전에 누군가를 후계자로 세워야 했다. 당시 선지학교에 수많은 예언자 지망생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 엘리야의 주목을 받은 수제자는 엘리사였다. 엘리사는 당연히 자신이 후계자가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엘리야의 생각은 달랐다. 수제자라고 해서 후계자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영적인 분별력과 소명의식, 하나님의 뜻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 놓을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하여 엘리야는 후계자가 되려는 야심(?)으로 졸졸 따라다니는 엘리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시험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가 불수레를 타고 승천하는 환상을 본다. 옷자락으로 회리바람을 일으켜 바다를 요동치게도 한다. 엘리야의 후계자가 될 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증거이다. 마침내 엘리사는 엘리야의 뒤를 이어 예언자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공적인 직무에서 누가 후계자가 되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후계자를 세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엘리사는 수제자라는 연줄의 끈을 이용하려 했지만, 엘리야는 이를 거부하고 그의 능력과 소명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열정을 먼저 살폈다.

난폭한 바알의 정치권력과 맞서 야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소명과 열정을 지닌 사람이어야 했다. 오늘날 공적인 직무들이 인맥이나 연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을 고대 이스라엘이 보여준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예수의 제자들도 처음 엘리사와 다를 바 없었다. 저들은 예수의 ‘떠남’에 대해 심히 불안해하며 어떻게든 예수의 그늘에서 안주하려고 했다. 물론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일기도 했고. 이런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 “나는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의 뜻은 분명하다. 내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지 말고 내가 가려 했던 길, 이루고자 했던 그 일을 하라는 것이다. 연줄이나 인맥에 매달려서 안일을 도모하지 말라는 것이다. 연줄과 집단 이기주의에 갇혀 질식해 가는 오늘의 한국을 살려내기 위해 꼭 필요한 말씀이 아니겠는가!

삼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