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고급 뷔페에서도
제일 먼저 선택하는 것이 김밥인 것은
‘오늘의 특선 메뉴’에 발 치어서가 아니라
촌스럽지만 나의 진면목

소풍날 함께 즐거워하던 어머니의 사랑
예비군 훈련 날 함께 지루해 하던 아내의 정성
사랑과 정성이 함께 말아진 것이 김밥

누가 말았더라도
어느 칼 날 앞에서도
제 속내를 사심 없이 드러내는 진정성
엇비슷한 맛들을 따돌리지 않는 일반성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진실할 성 싶은 사람은
동네 김밥집 아주머니이다

▲ 정 재 영 장로
시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설명을 은폐시킨 비유, 즉 은유라 한다. 좋은 작품이란 적절하고 타당한 비유를 들어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비유하는 물상에 연결하는 언어 작업이다.

첫 연은 화자가 여러 좋은 음식 중에서 특히 김밥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술한고 있다. 그 이유는 김밥이 화자와 동일한 모습이서 그렇다는 것이다. 김밥을 촌스럽다는 말에 화자는 성장모습의 유사성을 숨겨두고 있다.

2연에서는 김밥에 대한 인식에 다하여 더 구체성을 가진다. 그것은 사랑과 정성이 든 음식에서 기인한다. 사랑은 어머니가 소풍 때 정성으로 만들어 준 김밥의 추억을, 정성은 예비군 훈련 시 도시락용으로 만들어 준 아내에 대한 마음이 담긴 김밥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과거 회상적 이미지고, 아내는 현재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임을 알게 해준다. 그만큼 김밥에 대한 생각은 역사성을 가진 애정임을 알게 해준다.

3연에서는 2연의 구별을 하나로 융합시킨다. 김밥을 누가 만들었든 어떤 환경에서 만들었든 진정성과 일반성을 김밥을 만든 사람의 인격체로 상상하는 것이다. 진정성이란 사심이 없는 마음씨며, 일반성이란 유별나지 않는 인격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김밥을 만드는 김밥집 아주머니가 항상 그런 인격체일 거라는 것을 추측하고 있다. 첫 연에선 화자 자신으로, 마지막 연에서는 김밥집 아주머니로 김밥의 이미지를 연결하고 있는 것도 진정성과 일반성의 보편적 가치를 설파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런 관념적인 의미를 김밥의 객관적인 모습(형상화)를 통하여 설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이 바로 시가 언어의 기능인 소통이라는 면에서 예술적인 면을 가지게 하는 방법론이다. 이 작품은 시가 육화되어야 할 당위성, 곧 형상화 작업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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