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종 문 목사
최근 한 젊은 여성이 70대 노인을 폭행하고 길을 가다 이를 말리던 행인마저도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하다 구속됐다. 이 여성이 노인을 폭행한 이유는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것이 전부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지난달 2일에도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중 50대 여성의 가슴과 머리채를 쥐고 흔든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체가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최근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강남역 살인사건 역시 힘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묻지마 살인이었다.

왜 이러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사회가 그만큼 각박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이 강팍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의 물질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지상주의에 함몰되는 결과를 낳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 성공할 수 있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횡행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삶의 여유와 보람을 만끽하기는커녕 쳇바퀴 돌 듯한 빠듯한 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인 사람들이 태반이다.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대부분이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산되고 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교회의 역할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하다. 생명과 사랑,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분노를 해소하고 이들의 마음속에 평화와 사랑이 넘치게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전도가 힘들고 사람들이 교회에 오지 않는다고 걱정들을 하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도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야말로 복음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다. 교회와 성도들이 이를 망각하고 도리어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름없이 세속주의에 물들어 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생명과 사랑, 평화를 입으로만 외치면서 정작 세상 사람들의 가슴 속 분노를 보듬어 안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조차 분노에 휩싸여 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현주소이다.

교회가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돈과 물질에 사로잡힌 세상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서,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향해서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가슴으로 품어 안아야 한다.

분노에 함몰된 사회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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