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포 마을 언덕바지 중턱에 있는 염개교회
휑한 예배당에 목사님만 우둑하다
가갸거겨 스무 명 남짓 주민들
낯선 서양귀신 반기지 않아
찬송가 외로운 염개교회 목사님은
고장 난 경운기 기다리며
농업기술센터에서 펴낸 수리책자 뒤적인다
하느님 없이도 평온한 마을
통제영 시절 군수용 소금을 굽던 곳이라
염개라 이름붙인 대고포 마을에는
강냉이 잘 익고 다슬기 잘 자란다
경운기 수리 아니면 목사님도 필요 없는
대고포 마을에는 교회신자가 겨우 두어 명
목사님은 성경책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오늘을 기도한다

당신의 높고 깊은 은혜
저들은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이장님의 오토바이도 고장 나게 하소서

▲ 정 재 영 장로
시는 산문과 달리 은유나 함축이 기본이다. 즉 숨긴 의미를 말한다. 이 작품은 대고포 마을에 있는 염개교회와 담임 목사님의 이야기를 산문처럼 담담하게 말하고 있으나, 실은 목사님의 목회의 마음 즉 겉으로 알 수 없는 면을 암시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대고포 마을을 그리는 면도 마찬가지다. ‘가가거겨’라는 알파벳 문자를 빌어 마을 사람들의 기초적인 마음씨와 함께 보편적인 마을임을 동시에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마을은 기독교 신앙이나 축복 없이도 건제하다. 교회는 교인수도 두어 명 정도로 아주 어려운 실정임을 보여준다. 힘든 처지는 마을이 아니라 교회라는 것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그렇게 여건이 힘든 교회의 목사님은 마을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교리적인 면 보다는 일상의 생활을 통해 선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비신자와 접근하려는 목사님의 부단한 선교적 자세가 경운기나 고장 나기를 기다리며 ‘수리책자 뒤적인다’고 암시하고 있다.

이 추정과 단정은 마지막 연에 가서 반전을 통해 분명하게 확증시켜 준다. 마을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이장님과의 접근을 위해 이장님의 오토바이 고장을 빌어주는 화자의 마음은 복음화를 위해 애타게 기다리는 목회자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이름에도 의미가 있다. 소금과 연결된 장소를 빌어 기독교의 생활철학의 하나인 소금의 역할과 연결시켜주고 있다. 겨우 두어 명의 신자를 가진 목사님이지만 그분이 소금이라는 것을, 그래서 ‘높고 깊은 은혜’를 가진 분이라는 것을 화자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저들은 알지 못합니다’ 말도 실은 화자가 잘 알고 있다는 역설적 강조법이다. 이런 전달의미에서 미학성이 뛰어나, 문학적 통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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