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전 세계가 축구열풍에 휩싸여 있다. 남미와 유럽에서 월드컵보다 재미가 있다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코파)와 UEFA 유로 2016(유로)이 일제히 개최됐기 때문이다. 축구광들에게는 밤잠을 설칠만한 이벤트다. 가뜩이나 조금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지쳐있을 이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코파나 유로나 강팀들의 행보가 좋지 못했다. 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주름잡던 브라질이나 축구계의 악동으로 ‘핵 이빨’이란 오명도 있지만 실력만큼은 세계 최고로 불리는 수아레즈가 있는 우루과이 등은 일찌감치 짐을 쌓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였다.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축구의 종가라고 불리는 잉글랜드가 힘없이 패했고, 스페인과 스웨덴, 러시아 등 한 때는 주름 좀 잡았다는 나라들이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누가 이들의 탈락을 예상이나 했을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 팀들의 탈락은 어느 정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계속 낙마하고 있는 브라질이나, 축구종가라는 명패말고는 이렇다할 성적조차 내지 못하는 잉글랜드, 무적함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물러난 스페인 등 이들은 모두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혀 현실을 등한시 했다. 결국 낡은 축구는 세련되고 화려한 현대축구를 이기지 못했다.

이처럼 제아무리 과거에 잘 나갔어도 현재와 동떨어져 있으면 자연적으로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는 비단 축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조선업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한 때는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자랑하며 주변국의 부러움을 샀던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조정이라는 서슬 퍼런 날에 근로자들이 벌벌 떨고 있다. 단 한건의 수주조차 받지 못해 우리나라 조선업은 바다 밑으로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정치계도 언제까지 구태 정치를 반복할 것인지, 사회도 언제까지 과거의 유물에 사로잡혀 현실에는 눈 뜬 장님으로 살아갈지 궁금하다. 이렇게 해서는 영광을 재현하기 힘들다. 그저 조기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할 뿐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영광은 화려한데, 작금의 모습은 초라할 정도다.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에만 도취되어 현실을 나 몰라라 한 채 등한시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언제까지 과거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제자리걸음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이제 과거의 것을 교훈삼아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평양대부흥의 향수만을 그리워하지 말고, 당장 대한민국 이 땅에서 부흥의 불길이 다시 활활 타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 그리고 교회와 신학교, 기관, 단체 할 것 없이 하나님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 발로 뛰고 또 뛰어 우승컵을 들어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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