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칠 전, 수천 명의 성도의 교회 목회자와 가슴 아픈 대화가 있었다. 한국교회가 이래서는 안되며,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고, 그 비극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눈물의 대화였다.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은 성전건축 융자금의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헌금이 많은 성인 목회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 참으로 아픈 자탄이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청년부가 급격히 쇠퇴하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젊은이들을 붙잡고 교회학교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분야에 교회의 온 힘을 기울이지 못하는 이유가 당장 교회가 진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가 인지하듯이 교회학교는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역시 투자의 대상일뿐 재정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한국교회의 미래는 교회학교에 달려있다.

한국교회의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교회학교의 활발한 성장이 있었고, 농어촌 교회의 못자리 목회가 도회지 교회를 성장시켰다. 학생과 청년들이 교회로 모여들어 수많은 활동으로 함께했던 교회학교가 한국교회의 성장동력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그 엄청났던 교회학교라는 성장동력이 지금은 완전히 꺼졌다. 교회학교가 소중한 줄 알면서도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교회는 그들을 돌아볼 틈이 없다. 그러는 사이 청년들을 교회를 떠나갔고, 급기야 교회는 그들의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이단들에게서 넘쳐나는 청년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청년들에게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한국교회는 재정적 부담과 부채로 인해 교회학교 투자에 소홀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교회재산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불요불급한 부동산과 자산을 과감하게 처분하고, 체면과 허식의 교회외형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채에 시달리는 한국교회의 재산구조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날의 대화에서 필자는 문제도 알고 방법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없다는 고백 아닌 고백 앞에 무력해지는 느낌, 그리고 두려움을 지울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삼국시대의 제국들과 고려와 조선의 말기에는 지배계층들이 나라의 멸망을 예견하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졌었다.

정치가의 부패와 지도층의 타락과 종교의 세속화는 알면서도 스스로 어찌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득권과 축적된 부는 절대로 포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번 부여된 권리와 복지를 빼앗거나 축소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비대해진 권력과 금력을 결코 나누려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나라가 기울고, 그 결과를 알면서도, 그리고 그 비참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재산과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망국의 시점에서는 나라를 파는 매국도 서슴지 않고,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부와 기득권을 지키려 했다. 이것이 역사가 보여준 망국적 시점에 나타난 현상들이다. 결국 민중의 봉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창업을 향한 반역이 일어났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한국 교회가 살 길은 외길, 그것은 시급하고도 긴급하게 교회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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