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이다” “신분제를 공고히 했으면 한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결국 파면조치를 당했다. 공무원으로서 부절적한 망언으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케 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파문이 커지자 당사자가 국회에 나와 취중실언이었다며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지만 이미 마음에 상처가 난 국민들로부터 차갑게 외면을 당했다. 아무리 취해서 떠든 헛소리일망정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으며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고위공직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 말을 처음 들은 기자들이 저마다 귀를 의심하며 여러 번 해명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한 발언에 대해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고 하니 자괴감과 함께 이런 사회풍토 속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키울지 암담할 뿐이다.

그 사람의 말을 곱씹어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과 권력밖에는 다른 가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런 흑백논리가 이미 권력 심층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물질적으로는 부족해서 조금 불편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양심을 지켜가며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만일 우리 사회 구성원의 99%가 개 돼지이고 그 개 돼지들은 그저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말이 맞는다면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바르게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개 돼지 중 어디에 속한다는 말인가.

이 말이 이파만파로 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달구었다. 대부분은 “저는 개 돼지입니다”라는 말로 분노와 조롱섞인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 개 돼지는 자신을 개 돼지라고 부른다고 해서 불만을 드러내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저 먹이를 주는 주인에 복종하며 자기의 배가 채워지면 그만일 뿐이다. 따라서 그 사람이 지칭한 개 돼지는 오로지 자기의 욕심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그저 물질과 권력욕에 취해 없는 자를 착취하고 핍박하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아가는 상위 1%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국민위에 군림해서 세금도 내지 않고 국난이 닥쳐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 그런 양반들 때문에 500년 봉건왕조가 망한 것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사람이 교육부 핵심 인력이고 이런 생각에 동조하는 자들이 권력의 상층부에 포진하고 있다면 대한민국도 곧 망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살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보다 더 안정적인 지위를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민이 국민을 위해 부여한 지위이지 스스로 부여받은 권리나 지위가 아니다. 만일 이를 망각한다면 개 돼지나 다름없는 국민 99%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자들이야말로 개 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아니겠는가.

개 돼지는 인간에게는 매우 유익한 동물이다, 개는 주인을 위해 평생 충성을 다하는 인간의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이며, 돼지 또한 인간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온 최고의 가축으로 사랑받아 오고 있다. 이런 고마운 동물을 빗대어 국민을 비하하는 권력지향적 인간이야 말로 개 돼지 만도 못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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