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젊은 날, 오늘

여태껏 보듬어
가꾸어 온 시간의 타래 속에
아직 살지 않은
오늘이 엮이고 있다

주춤거리던 푸른 상처도
그저 푸른 기억의
오늘로 되살아나

오늘만이
생애의 가장 푸른 젊은이였다
날마다

▲ 정 재 영 장로
이 작품의 내용은 오늘이라는 날이 날마다 푸른 시절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날마다 이어지는 오늘이 하루의 시간을 한정해서 말하고 있다고 해석하거나, 당대의 시간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왜냐면 하루는 날마다 끊어지는 시간이지만, 시계로 잴 수 있는 Chronos의 시간이 아니면,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세대로 정의해주는 kairos의 시간으로 해석해도 ‘날마다’와 ‘오늘’이 하나로 융합되어 새로운 시간을 제시하고 있는 면에서 둘 다 가능하기 때문이다.

2연에서, 살지 않은 시간은 오늘이며, 동시에 미래다, 오늘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면서 또한 미래가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것은 헬라어에서 사용되는 현재분사라는 문법의 특징이다. 과거완료형의 완전한 과거가 아닌,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으로 이해하여만 한다. 신학적으로 구원의 완성은 이미 과거형이지만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것은 현재와 미래성이다. 이런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매일 매일 새로워지는, 새로워지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이해하게 된다.

2연의 화자가 가꾸어 온 시간은 과거이지만, 아직 살지 않은 시간은 미래를 말하는 것이며, 날마다 오는 오늘은 현재를 지시한다. 동시에 이것이 실타래 속에서 엮여 있다는 말은 과거 시절의 젊음이 미래의 시간 속에 엉겨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 마저 가장 젊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역설이자 모순이지만, 실은 진리의 한 속성이다.

3연에서 말하는 푸른 상처를 가진 푸른 기억도 오늘이라는 현재성에서 살아나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언제나 젊은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의 감각은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잡고 있는 동시성이며, 시간의 영원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런 짧은 말 속에서 오늘이 영원과 연결되는 것은 날마다 이어지는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가를 깨닫게 된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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