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요즘 기상청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매번 날씨 예보가 빗나가서이다. 빗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소경 문고리잡기식이다. 차라리 주역의 날씨풀이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문제일까? 벌써 오래된 이야기다. 슈퍼컴퓨터 없는 게 문제이다. 슈퍼컴퓨터만 들여놓으면 하늘의 기상 변화는 손바닥 보듯이 정확할 터인데. 그래서 막대한 돈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늘여 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슈퍼컴퓨터라는 게 탐탁치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더 비싼 슈퍼컴퓨터를 들여놨다. 무려 550억이나 들였다. 약 48억명이 1년간 계산해야 할 연산 자료를 단 1초 만에 처리하는 고성능이란다. 여기에 영국 기상청으로부터 매년 1억 5천만 원의 사용료를 주고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더 했다. 그럼 일기예보가 달라졌는가? 역시 아니다.

기상변화는 늘 ‘이변’이 있는 것이지만, 최소한 100년 이상의 기상 자료를 축적‧분석함으로써 평상시의 기상 변화뿐 아니라 ‘기상이변’도 예측하게 된다. 아무리 슈퍼컴퓨터라 할지라도 입력된 자료가 없으면 답을 내놓지 못한다. 여기에 진짜 문제가 있다. 누가 그 일을 하느냐이다. 대한민국 리더들은 사람은 믿지 않고 기계는 맹신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고 존중이다. 처우는 그 다음이다. 최근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오겠다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국내에 남아 있는 젊은 과학자들도 기회만 주어지만 해외로 떠나려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낙하산이 관행이 되어 있고,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정일선 등과 같은 이들이 떡을 치는 나라에서 누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고 하겠는가.

일기예보는 아침에 외출할 때 우산을 챙겨야할지 파라솔을 챙겨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만 필요한 게 아니다. 농수산은 물론 첨단 과학과 여행 요식업 등 모든 산업 현장에 기상 정보는 필수이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게 기상 정보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는 없고, 운영 능력도 없으면서 슈퍼컴퓨터만 들여 놓는다. 첨단무기만 사들이면 국가 안보가 절로 이뤄질 것으로 믿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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