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너는 왜 엄마가 좋아?
그냥

▲ 정 재 영 장로
그냥이란 ‘아무 이유 없이, 있는 그대로’ 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시(동시)는 함축이나 응축을 생명으로 하기에 짧을수록 좋다. 함축은 의미를 많이 담았다는 뜻이고, 응축은 형식을 줄였다는 뜻이다. 그럼 그냥은 무엇을 함축하고 응축하였을까. 이 작품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의 관계를 들어 사랑의 관념적인 모습을 실념적(實念的)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부모와 자식 사이처럼 그냥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의 정의를 형상화내고 있다.

‘그냥’라는 말을 ‘무조건’이라는 말로 대차한다면 하나님의 사랑의 속성을 이처럼 단순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말을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 2천 년 전의 십자가의 희생을 하신 주님과 대입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왜 나를 그토록 사랑하셨을까 아마 주님의 말씀도 “그냥!‘(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무조건적인 구원) 이라는 말씀으로 대답하실 것이다. 우리도 주님을 그냥 사랑하여야 할 것이다. 주님과의 사이에 사랑 이외는 다른 목적을 찾을 수 없어야 마땅하다. 그냥 주님이 좋아서 사랑해야지 복을 받고자 하거나 성공하고자 하거나 어떤 응답을 받고자하는 다른 목적이 낀다면 그 관계는 진정한 사랑의 성격에서 벗어났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믿음으로 자녀관계(요1;12)가 되지 않았는가.

어머니는 어른이고 자식은 어린이다. 이런 서로 다른 상반적인 대상을 통한 이질적인 위치에서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시적 구성은 융합시의 요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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