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논의가 무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법 금권 선거와 이단문제로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갈라져 나온 이후 이 문제는 한국교회에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어떤 식으로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은 최근 들어 동성애 대책과 이슬람 문제, 종교인 과세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합동 통합 기감 등 주요 7개 교단장들이 양 기관의 통합을 구체적으로 주문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 기관의 통합 문제가 당사자가 아닌 외곽에서 여론몰이를 해가는 모양새가 맘에 걸린다. 지난 7월 26일 모인 7개 교단 총회장 모임에는 한기총 한교연에 한번도 가입한 적 없는 기감과 당사자가 아닌 한장총, 그리고 한국교회총연합네트워크라는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한교총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이 모임이 기존의 동성애 문제 등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힘을 발휘하고자 했던 기존 활동 범위를 넘어 연합기관의 통합에까지 힘을 뻗치게 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애초에 총선,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연합기관의 관련 위원장과 실무자가 모여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던 것과는 전혀 성격을 달리할 뿐 아니라 권한의 범위를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교연은 기관의 통합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임원회의 논의도 없이 몇몇 개인에게 실무 추진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모든 사안은 정해진 질서와 절차의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이미 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전권을 대표회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입장이 좀 다르다. 또한 교단장협의회 등을 통한 논의 과정에 이미 한기총 대표회장이 교단장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한기총도 속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두 기관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다락방을 배제하기로 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간 후 내부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두 번 씩이나 면죄부를 줘 놓고 이제 와서 다시 몰아내려 한다면 가만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태세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은 한국교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게 사실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제 그 상처와 부담에서 벗어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분열의 문제가 한교연 한기총 두 기관의 통합만으로 과연 말끔히 해소될 성질의 문제인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거대한 기관의 출현은 대사회 대정부를 향해 기독교가 한 목소리를 낼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또다시 과열 자리다툼과 돈선거로 이어져 이전의 추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핵분열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회 교단과 개교회 분쟁 등 근본적인 원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과거 한기총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만병통치약인양 떠들어대는 것도 문제이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백주년을 앞두고 분열을 반성하고 분열을 극복해야 하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보수권의 통합을 통해 기독교도 천주교나 불교처럼 하나의 강력한 지도체제를 갖추고 싶은 욕심이라면 이는 더더욱 5백년 전 종교개혁 정신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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