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세탁기 해체해보니
갑작스런 이별 통보받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입막음 했던 손수건이
그를 껴안았던
소매 끝의 그리움
차마 못 보내고 있다

* 전해심 시인: 계간『부산시인』으로 등단
숙명여고. 이화여자대학교 졸. 한얼고등학교 교사

▲ 정 재 영 장로
문학이 지향하는 목적은 인간의 구원이다. 그것은 통징(엄징)을 통한 인간의 바로 세움이다. 종교적으로 말한다면 철저한 자기 아픔인 회개의 과정을 통한 거듭남이다. 이것을 엘리엇이 문학의 순수한 통징이라고 말한다. 즉 아픔을 통한 새로운 각성이다.

그런 아픔은 성령의 검을 통한 신앙대상자와 새로운 인격적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깨달음처럼 기발한 착상이라 불리는 컨시트(conceit. 기상)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예시는 고장 난 세탁기 안의 손수건 이미지를 통해 <미련>이라는 관념을 사실적으로 형상화 내는 컨시트 구성에서 심리적이며 미학적인 울림을 야기 시키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터져 나오는 오열’은 극렬한 감정이다. 그것을 참아내는데 이용한 손수건마저 그런 감정에 동일시 시키고 있다. 즉 화자의 감성과 손수건의 감성이 하나로 용융되는 현상을 보게 된다. ‘갑작스런’이란 말도 아픈 이별이 타의적 사건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세탁기 안의 손수건이 세탁기를 막고 있거나 아니면 세탁기에 의해 막혀 있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이중성은 하나로 용융되어 새로운 미련이라는 감성을 만들고 있다. 또한 소매 끝에서 못 보내고 있는 미련이 세탁기 안에서 이루어진 현상임을 알게 해준다.

여기서 손수건의 기능은 입막음이다. 이 말은 마음속에 있는 자기 의지와 달리 떠나는 자에 대한 애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심정을 애써 숨기는 기능인 손수건을 통해 화자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감각하게 해준다. 이것을 문학적 통징이면서 그것이 새로운 각성을 만들어주는 문학목적론이 되는 것이다. 이별과 그 대척점에 있는 붙들어둠과의 상극적인 지점에서 생기는 미학적 에너지가 바로 융합시가 추구하는 목표점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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