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1주년 건국 68주년”이란 용어를 또다시 사용함으로써 ‘건국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역사학계는 대통령의 ‘건국’ 용어가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전통 위에 세워져 발전한 나라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건국절’ 논란은 지난 2008년 광복 60주년에 즈음해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이라 선언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그 후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나서 8·15를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자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훈장까지 반납하겠다는 광복회원들의 강한 반발과 국민 여론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다.

‘건국’이라는 용어는 전에 없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정부의 탄생을 두고 ‘건국’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하다. 고려나 조선을 세운 이들은 ‘건국’ 대신 기존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라만 바뀌는 것임을 강조하며 ‘개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우리는 (고)조선으로부터 삼국시대, 고려, 그리고 조선과 대한제국,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자랑스런 민족임을 공언해 왔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를 벗어난 시점을 건국이라 칭한다면 우리 스스로 5천년의 역사를 포기하고, 이제 겨우 70년도 되지 않은 신생독립국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과거 독일의 지배를 받았고, 동유럽 국가들은 소련의 지배를 받았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국가가 독일이나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난 때에 비로소 건국되었다고 믿거나 주장하거나 역사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만일 독일과 소련에서 벗어난 시기를 건국일로 삼았다면 지금의 유럽은 대부분 신생국가들로 자기네 선조들이 쌓아온 찬란한 문명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 있었던 것이지 ‘우리나라’의 건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48년에 만들어진 제헌헌법 전문에 1919년 대한민국을 건립했고, 1948년 대한민국을 재건했다고 되어 있고, 1987년 개정된 헌법 전문에는 “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1948년에 건국한 나라가 되면 독도 영유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1905년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개칭해 시마네현에 편입시키는 조치를 단행하였고, 지금도 이를 근거로 자신의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만약 일본이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이 1905년 일본 시마네현에 편입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뭐라 말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식에서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가 계승할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이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정부 수립 후 “기미년 독립을 선언한 것이 미국이 1776년에 독립을 선언한 것보다도 더 영광스러운 역사”라며 모든 관공서의 문서에 ‘대한민국 30년’을 표기하도록 했다. 친일 식민사관에 얽매여 민족의 자랑스런 역사마저 지우려는 행위야말로 정말 위험하고도 부끄러운 매국 행위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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