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명목아래, 소위 한국교회에서 내로라는 7개 교단을 주축으로 구성된 ‘한기총과한교연통합협의회’가 기구 명칭을 ‘한국교회연합을위한협의회’(한연협)로 바꾸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새로운 분열을 자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통합의 당사자인 한교연이 “이단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기총과 하나될 수 없다”는 통합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는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통합만을 강조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구실에 불과하고, 새로운 제3의 연합기구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교단장회의가 지난 24일 아침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소속 24개 교단 대표들을 초청해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그대로 불거져 나왔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기하성여의도 총회장)을 비롯해 기감 전용재 감독회장, 예장 합동 박무용 총회장과 통합 채영남 총회장 등이 참가한 이날 현장에서는 그동안의 통합 경위를 설명하고, ‘한기총과한교연통합협의회’란 명칭을 ‘한국교회연합을위한협의회’로 변경하는 동시에 기존 6명이었던 통합추진실무위원도 7개 교단 사무총장과 총무를 포함해서 13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아울러 ‘한교연-한기총 통합안 헌의 및 결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기구 통합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9월에 열리는 각 교단 총회에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위한 헌의안을 내고, 12월에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총회를 갖자는 구체적 계획도 속전속결로 밝혔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상황은 급반전됐다. 워낙 이영훈 목사와 전용재 감독회장 등의 통합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몇몇 인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한예수교복음교회 임춘수 총회장은 “비상설기구로 친목단체 성격이 강한 교단장회의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명목으로 한 협의체를 인준해 실무위원을 구성하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하고,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는 것은 호응을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한교연과 한기총이라는 법인격체가 동의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는 것”이라며, “한교연이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단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가 없는 통합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갈 길이 서로 달라

이를 두고 통합의 직접 당사자들이 빠진 채 추진되고 있는 통합 논의가 과연 효력은 있는지, 또 ‘한연협’ 통합추진실무위원에는 한기총, 한교연과 관계가 없는 한장총 인사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등 ‘한연협’이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성은 있는지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한교연은 앞서 당사자가 아닌 한국교회 7개 교단장들이 나서는 것은 무리가 따르며, 한장총은 두 기관의 통합과 무관하며, 한국교회총연합네트워크도 한교연에서 인준한 바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바 있다. 또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도 최소한 정식 가입하겠다는 결의와 의지를 한국교회 앞에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결국 이들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교연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대다수는 ‘한연협’의 대표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친목단체 성격이 짙은 교단장회의 주도로 구성된 ‘한연협’이 임춘수 목사의 말대로 협의체를 인준해 실무위원까지 세운다는 것은 주제넘은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제3의 연합기구 의혹론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한연협’이 스스로 내부 합의조차 도출하지 못한 채 대외적으로만 선통합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날 현장에는 실무 교단장들의 의욕과 달리 예장 고신과 예장 합신, 예장 대신, 기성 총회장 등 소위 주요 교단이라는 총회장들이 대거 불참했다. 약 10여개 교단의 총회장들만 참석했으며, 부총회장도 4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욱이 참석을 한 교단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등 하나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몇몇은 이날 현장에 참석하지 말라는 말도 듣는 등 모든 면에서 하나되지 못한 형국이었다.

일각에서는 한교연과 한기총에 소속되어 있는 교단의 총회장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또 교단의 입장과 달리 다소 개인적인 입장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질적으로 이번 통합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예장 통합과 백석 등은 한교연의 주축 멤버다. 대표회장을 배출할 정도로 한교연의 대들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의 행보는 이상하리만큼 한교연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분명 한교연은 이단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통합을 논의하자는 주장인데, 이들은 선통합 후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주장대로만 들으면 한교연 소속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예장 합동의 경우도 교단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공청회까지 열면서 류광수 목사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합동 교단이다. 대외적으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공청회를 통해서 류광수 목사의 건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기총으로 복귀는 사실상 어럽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선통합만을 주장하는 모습은 “류광수 목사를 받아드리는 것이냐”는 반문까지 나오게 만들고 있다.

결국 통합에 대한 이들의 의지는 가상하나 실질적으로 통합을 위한 한걸음 전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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