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면서 장로교단의 총회가 일제히 개막된다. 가장 먼저 열리는 총회는 오는 5일 개막하는 예장 대신총회이다. 예장 대신총회는 지난해 백석과 대신이 통합을 이룬 후 1년이 경과해 교단 통합에 대한 중간 결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통성을 가진 두 중형교단의 통합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했던 만큼 새로운 대형교단의 출현에 걸맞는 정책 대안 제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대신이라는 교단명을 둘러싸고 대신 잔류측과의 법적 소송이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태라 내실있는 총회가 진행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신총회는 한국교회가 하나되어야 한다는 명제 아래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한교연 한기총 통합을 위한 결의를 가장 먼저 하게 되어 있는 만큼 교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예장 합동과 통합은 조금 늦게 추석을 지난 오는 26일부터 개막한다. 지난해 제100회 총회에서 특별히 다룬 사안들이 이번 총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특별히 두 교단은 명실상부 한국교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교단으로서 여기서 다뤄지는 정책이 한국교회 전체 또는 대부분의 다른 교단들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통합총회는 채영남 총회장이 지난 제100회 총회 주제인 ‘화해’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총회적으로 규제했던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대사면을 예고했던 터라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 있다. 그러나 분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고 아직도 법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분규 문제에 개입하거나 더욱이 일부 이단집단까지 해제 대상에 포함시켜 교단 안팎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특히 이단 문제는 총회장 개인 의지대로 사면 대상에 올릴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포함시킴으로써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에 심대한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안이어서 자칫 한국교회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합동총회는 차기 총회장을 선출하는 부총회장 후보 문제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총신대 총장인 김영우 목사는 이중직 문제로 현재 부총회장 후보로 확정되지 못하고 있고, 자른 부총회장 후보의 경우는 고발장 까지 접수되어 총회를 앞두고 이를 정리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 합동총회는 또한 지난해 총회에서 한기총 복귀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다락방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 한다는 의혹 속에 얼마 전 열린 공청회에 참여한 총신대를 비롯한 신학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사실상 총회에서 속전속결로 이 문제를 매듭짓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밖에 고신총회와 개혁, 합신 등 주요 교단들도 제101회 총회를 교단의 내치와 성장에 초첨을 맞추어 효율적인 정책을 다루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열리는 총회마다 각 교단이 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를 처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 교단의 내부 사정은 조금씩 상이하다. 지난해 100회 총회에서 각 교단들마다 이에 부응하는 주제와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다채로운 기념행사까지 진행한 각 교단들은 이제는 101회기에 걸맞는 성장과 성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교단들은 막상 총회가 개회되고 나면 첫날은 부총회장을 비롯한 임원선거에 올인하고 그 다음 날부터는 전쟁판을 방불케 하는 한 두 가지 쟁점에 매달리다 유야무야 끝나는 게 총회의 생리라 올해도 한국교회를 위한 건강한 정책이 얼마나 도출될지는 미지수이다.

총회는 친목단체가 아닌 정치단체이다. 정치는 ‘사회적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위한 행위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사회적 희소가치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과 충돌을 해결하고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총회’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분명한 법과 원칙을 통해 공의가 실현되고 은혜로 결실하는 총회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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