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장이권 교수의 사마귀 이야기가 흥미롭다(2016. 8. 23., 경향). 사마귀는 주행성 포식자이다. 사마귀의 머리는 삼각형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인데, 삼각형의 양쪽 끝에 잘 발달된 겹눈을 가지고 있다. 사마귀는 뛰어난 시력 덕택에 풀숲의 무시무시한 포식자이다. 사마귀는 또 매복 포식자이다. 식물의 잎이나 꽃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강력한 앞발을 이용해 먹이를 낚아챈다. 하지만 풀숲의 두려운 존재인 사마귀도 약점이 있다. 날개가 있기는 하지만 비행은 서툴기 때문이다. 만약 사마귀가 낮에 비행을 하면 새들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마귀는 새로운 먹이 터를 찾거나 짝을 찾을 때는 밤에 비행해 이동한다.

그럼 밤에 비행하면 안전할까? 밤하늘을 지배하는 박쥐가 있다. 박쥐는 초음파를 이용해 곤충을 탐지하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곤충에게 다가가 낚아챌 수 있다. 박쥐는 밤하늘을 나르는 곤충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곤충들도 박쥐의 공격에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이들은 박쥐의 초음파를 탐지할 수 있는 귀를 진화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밤나방이다. 밤나방은 복부 첫 번째 마디에 고막이 한 쌍 있다. 청신경이 두 개뿐이어서 모든 소리를 제대로 듣기는 어렵지만 박쥐의 움직임을 듣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사마귀 역시 밤나방처럼 복부에 청신경을 가지고 있다. 이름하여 ‘키클롭스 귀’이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접근하면 밤비행을 하던 사마귀는 이를 키클롭스 귀를 통해 감지하고 갑자기 속도를 조절하여 곡예비행을 한다. 회피비행을 하는 것이다. 밤에 활동하는 곤충과 박쥐 간에 쫓고 쫓기는 군비경쟁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싸드 배치 외에는 북핵을 막을 대안이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말 그럴까? 그게 아니라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싸드 배치를 미국이 자국의 안방을 감시하기 위한 ‘키클롭스 귀’로 여기는 것이다. 인간 역시 동물이기는 하지만 여타의 동물이 지니지 못한 관념을 지니고 있다. 적과 친구는 관념이 만들어낸 것이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친구를 적으로 만들 수 있고, 적을 친구로 만들 수도 있다. ‘대안이 없다’는 것도 관념의 결과이다. 나라가 위태롭다. 친구를 만들기보다 적을 만드는 일 지금 멈춰야 한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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