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혼돈이다.
도박과 술에 찌든 남편이 있고, 탈선의 자녀가 있다. 한 여인의 헌신과 사랑의 기도가 마침내 하늘 보좌를 움직이고, 그날부터 상설 직통전화를 통해 딸아이 등록금과 거액의 교회건축헌금, 말기에 이른 유방암까지 하늘의 권능이 개입한다. 이쯤에서 ‘할렐루야’와 ‘아멘’이 떼까마귀로 날아오르고, 전염성 강한 눈물의 바이러스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주일 오후 예배시간 초청 강사의 간증, 그런데 정작
은혜 받고 돌아가는 어깨들이 올 때보다 더 처져 있다,
하늘나라 직통전화 가설이 안 되는 아흔아홉의 교우들.

기독시문학』 18호에서 발췌

 이 무 권 시인
        2003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감사
        시집 : 『아프지 않는 사랑은 없다』  『동화리 일기』   『별도 많고』  등

▲ 정 재 영 장로
시는 개인적인 정서나 현실 비판의식 표출이다. 전자는 주관적일 수도 있으나 후자는 객관적 기준으로 분석하여 촌철살인처럼 짧고 간단한 형식을 빌어 전달하는 것이다. 짧다는 말은 형식이고 간단하다는 말은 내용으로 시가 가가지는 특성이자 방법론이다. 즉 시는 딱 하나의 이야기이며, 수많은 단어가 아닌 적은 수의 언어로 본질을 헤아리는 것이다. 시에서는 그것을 위해 비유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아니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시는 기독교의 현상 중 간증을 다루고 있다. 왜 예수현상학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기독교라는 관념적인 종교의 이미지에서 예수라는 인격체인 교회 현상을 구체적으로 밝히려는 목적인 것이다. 현상이란 말도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시간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기독교의 현실비판의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서둘러 말하지만 과학적 지시어로 쓰는 산문과 달리 시는 비유나 상징 등을 사용하여 상상의 폭을 확장시켜주면서 미학적 효과를 생산해내어야 한다.

이런 시문학개론을 염두에 두고 기독교 현실비판을 시도한 이 작품의 미학성을 살펴 보기로 한다.
먼저 간증의 천편일류적인 내용과 전개의 면을 다룬다. 간증의 내용들은 남편이나 자녀 등 가족원의 비정상적인 모습과, 반대로 간증자의 사랑과 기도, 특히 헌금으로 치유와 회복을 한 이야기 전개라는 것이다. 이 때 ‘전염성 강한 눈물’으로 비유하여 간증 청취자의 반응하는 모습을 생생한 이미지로 그려주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시인의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반전의식을 그려준다. 그 시각은 ‘어깨가 더 처져 있는’ 곳인 역설적인 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역시 ‘하늘나라 직통전화’라는 말에서 소위 신비주의 특히 직통파의 신학적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대목은 문학의 순수한 통징이라는 목적론을 성취하고 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의 풍자적 기능을 성공시키는 기상(conceit. 기발한 착상)인 것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