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원인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가 서울 남산에 세워졌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음에도 서울 시내에 변변찮은 추모공간도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생겼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억의 터’가 들어선 통감관저 터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곳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기공식을 가졌다. ‘기억의 터’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이름과 증언을 시기별로 새긴 ‘대지의 눈’을 비롯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글귀가 4개 국어로 새겨진 ‘세상의 배꼽’ 등이 설치됐다.

조만간 찾아볼 심상이다. 그리고 한 가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곳곳에서 고통을 당한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말고, 영원히 기억하길 바란다.

사실 요즘 사람들에게 일제 피압박시대는 먼 옛날이야기로만 치부되고 있다. 여전히 살아있는 처절한 역사의 산증인들이 있음에도, 오래전 이야기로만 넘기려 한다. 또 나라를 위해 피땀으로 헌신한 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처절하게 독립운동을 한 안중근 의사를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긴또깡’이라고 외친 걸그룹이 있는가 하면, 잘못을 알고도 그대로 전파를 타게 만든 방송국이 있었다. 또 광복절에 자신의 SNS에 일장기를 올린 걸그룹 멤버도 있었고, 쇼케이스 현장에서 커다란 일장기를 연상하게 만든 옷을 입고 춤을 춘 아이돌 그룹 멤버도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를 정도다.

이는 비단 몇몇 연예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금의 거리에는 일본자동차들이 질주를 하고 있으며, TV에서는 일본 패션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있다. 입으로는 일본을 욕하고 있지만, 본인도 모르게 일상의 모든 것이 일본 문화를 그대로 베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은 채 고작 몇 푼의 돈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인 듯 행동하고 있다. 이는 소리 소문 없이 희생당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절규를 모른 척 하는 것이나 똑같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잘못된 역사의식을 뜯어 고치고, 그들의 희생에 진심을 담아 감사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3.1운동의 주체가 기독교라고 우월의식에만 빠져 있을 것인가. 민족 33인 중 기독교인이 많다고 자부심에 멈춰있어서는 안된다. 진심 독립을 외쳤던 것은 기층민중이었다는 점을 왜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과오를 인정하고, 이 나라의 앞날을 위해 피와 땀으로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을 비롯해 이 나라의 안정과 독립을 위해 몸 바친 모든 독립투사들에게 진정 “감사하다”고 머리 숙여 말하고 싶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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