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전해 내려온다. 한가위는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하니 잘 먹고 편히 살기를 바라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왜 이 절기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그 기원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대로부터 있어 왔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농경문화에서 날마다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해는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번 뜨는 보름달은 특별한 존재였다.

전기가 없던 시절 캄캄한 밤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두우면 맹수의 접근도 알 수 없고 적의 습격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보름달이 뜨면 모처럼 환한 달빛 아래 사람들이 모여 그 기쁨을 축제로 승화시키게 된 것이다. 보름달 중에서도 일 년 중에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음력 8월 15일을 추석, 또는 중추절이라 하여 가장 큰 명절로 여겨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추석이 민족의 명절이라고 한다면 추수감사절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지켜오는 명절이다. 추수감사절은 그 기원이 구약성경 레위기 23장 에 나오는 초막절에 근거하고 있다. 하나님은 믿음의 백성들에게 땅의 소산을 거둔 후, 7일 동안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하셨다. 신명기 26장에서는 모든 곡식은 하나님이 만드셨고, 곡식을 만드신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며, 이날을 축일로 정해 대대손손 지키게 하였다.

추수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를 위하여 곡식을 모두 거두지 말고 이삭을 남겨 두게 하였다, 애굽에서 노예생활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햇곡식을 드리고 엎드려 예배하며 하나님이 주신 온갖 좋은 것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절기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키는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이 미국에서의 첫 번째 수확기였던 1621년 가을에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린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그 땅의 본래 주인인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손님으로 초대해 추수한 곡식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차려 놓고 일주일간 추수감사절을 지켰다. 이 감사절 행사가 그 후에도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한국교회는 1904년 제4회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에서 감사일을 정해 지키기로 하고, 우선은 11월 10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여 지키기로 결정했다. 그 후 몇 차례의 수정 끝에, 매년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추석과 추수감사절은 근본적으로 신앙하는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추석이 조상에 대해 절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이라면 추수감사절은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수한 결실에 대한 감사와 이를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그 의미를 더하고자 하는 정신은 차이가 없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을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에 맞춰 토착화하려는 노력은 복음의 확장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추석과 추수감사절은 모두 풍성한 결실을 나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명절이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산업화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교회들이 추석 명절만이라도 사회에서 상처받고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야말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추수감사절이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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