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규 희 목사

특별한 신체적 이상은 없이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자라면서 생기는 통증. 혹은 한 사회나 조직 또는 한 사람이 급격히 변화하거나 발전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바로 ‘성장통’이다. 작금의 한국교회가 말 그대로 성장통을 앓고 있다고 생각된다.

혹자는 한국교회의 미래가 암울하다고만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첫발을 떼려 하고 있다.

한 아이가 걸음마를 떼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누워만 있던 아이가 뒤집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숱한 노력 끝에 뒤집기에 성공하면, 이제 배밀이를 하면서 전진한다. 조금 익숙해지면 이제는 기어가는데 속도가 붙는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아이는 앉아서 일어서려는 시도를 계속한다. 그렇게 스스로 일어서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는 넘어지고 쓰러지고를 반복하면서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다. 그렇게 첫발을 떼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왔다고 생각된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 부흥과 성장이라는 감동도 맛보았고,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실패와 좌절도 겪었다. 때로는 사회의 칭찬을 받기도, 혹은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걸어왔다. 그렇게 130년의 역사가 만들어 졌다.

그러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첫발을 떼는 감동에 심취해 있기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솔직히 부흥과 성장의 곡선이 꺾인 지 오래됐고, 유럽교회들처럼 존재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좋은 일을 누구보다 많이 실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회로부터 비난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는 누구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교회가 해결해야할 과제이자, 숙명인 것이다.

그렇지만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작금의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것은 ‘성장통’이라고 생각된다. 이 고통을 극복하면 반드시 제2의 부흥과 성장을 일궈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9월 각 장로교단의 정기총회에 희망을 걸어 본다. 한참 진행되고 있는 총회도 있을 것이고, 조만간 열게 되는 총회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한국교회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일을 하는 단초를 놓아야 한다. 구태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교단을 위해 더 나아가 한국교회를 위해 선지자적 자세로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에 몰두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앓고 있는 ‘성장통’에서 슬기롭게 탈출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가을이 지나고 한국교회가 한 뼘은 더 큰 모습으로 성숙해 지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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