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모 매체는 이주노동자의 대부로까지 추앙받던 김 모 목사가 중국동포 여집사를 차 안과 목양실 등에서 4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목사는 10년 전에도 교회 집사를 성추행하고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진 뒤 수억여원을 주었다가 계속된 협박에 결국 그 직원을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목사는 최근 사죄문을 통해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지난달 3일에는 목사이자 유명 청소년 선교단체 대표였던 이 모 목사가 홈페이지에 사죄의 글을 게시했다. 전날 모 교계 언론이 이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선교단체 소속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한 직후였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고등학생이었던 피해자는 이 목사로부터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에는 예장 통합 경남노회장이자 창원 모 교회 담임목사인 김 모 목사가 수년간 두 명의 20대 여성도를 모텔과 목양실 등을 전전하며 수차례 성추행했다고 교계 방송이 보도했다. 김 목사는 현 노회장으로 교회 목회는 물론 지역현안에도 관심이 많아 밀양송전탑 반대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언론 보도에서 개신교 목사들의 성추행 범죄 기사는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목사들의 성추문이 일상화된 인터넷 공간에서 기독교와 목사를 싸잡아 비난하고 조롱하는 댓글은 이제 하나도 놀라울 게 없다. 그들은 “역시 개독답다”는 말로 기독교에 대한 자신들의 혐오가 정당하고 옳았음을 항변하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회 범죄 중에 강간 성추행 등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성직자만 최근 5년간 4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전문직군에 의한 성폭력 범죄 검거자 중에 종교인이 45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의사, 예술인, 교수, 변호사 순이었다. 박 의원은 “전문직군에 의한 성범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 여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은폐의 여지도 많다”면서 “사법당국의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하며, 조직 스스로 자정노력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직자들 특히 목사들의 성범죄가 빈발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목사들의 권위의식이다. 교회 사이즈와 상관없이 교회 안에서 목사의 권위는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큰 모 교회에서는 장로 임직 때 목사에게 순종하겠다는 서약을 받을 정도이니 말해 뭘 하겠는가.

견제 받지 않는 권력과 권위는 썩기 마련이다. 교회 안에서 내 말이 곧 법이요 진리로 치부되는 목사의 권위주의의 끝판이 성범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처벌이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목사에 대한 징벌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는 사고가 팽배하다. 한마디로 ‘언터처블’인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물론 노회에서도 동료 목회자의 범죄를 눈감아주고 유야무야시키려 하다가 교회분쟁으로 비화하곤 한다.

목사의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례가 있다. 한때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을 받았던 전 모 목사는 2010년 다수의 여성도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다음 해 교회를 사임하고 떠났다가, 불과 1년 여 뒤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일반인 같으면 징역형을 살고 있을 사람이 자신이 세운 교회에서 여전히 떵떵 거리고 있는 모습은 한국교회에는 이미 자정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큰 숙제는 한기총 한교연 통합인가? “막을 건 막고 알릴 건 알리자”는 턴업운동인가? 동성애, 차별금지법, 이슬람이 한국교회를 망하게 하는 게 아니다. 교회를 망치는 목사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너도 나도, 한국교회도 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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