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지난해 12월 28일 느닷없는 한‧일 정부 간 위안부문제 합의가 당사자들은 말할 것 없고, 대다수 국민들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안기고 있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로부터 10억 엔의 돈을 받고,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돈의 성격이 모호할 뿐 아니라, 아직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자신들을 모욕한다며 분해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의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외교마찰을 이유로 공개를 꺼려했던 한․일회담 관련 자료와 함께 월남전 파병 자료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언론에 일부 보도된 내용에는 1965∼1973년에 이르는 월남전 파병 관련 기록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참전 수당으로 받은 금액이 들어 있는데, 전투병을 파병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낸 한국군이 비전투병을 파병한 필리핀군이나 태국군보다도 적게 받은 것이 드러나 있다. 그만큼 한국군이 저들 나라보다 푸대접을 받았다는 얘기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의 외교적 무능을 탓할 수도 있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하대(下待)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름으로 자존감을 지니고 세계 중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지만, 당시 미국에 비친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격(國格)은 필리핀보다도, 태국보다도 못한 나라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1965년 굴욕적인 한․일회담 역시 전승국이 아닌 박정희 군사정권이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인해 구걸하다시피 하는 회담이 되었고, 우리의 친구로 여긴 미국은 우리에게 가해자인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여 이래저래 한국은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 자금 역시 식민지 지배에 따른 배상이나 보상이 아닌 신생 독립국가에 대한 ‘독립축하금’ 성격을 지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의한 한‧일위안부문제 합의 역시 한 치의 오차 없이 한‧일청구권회담의 복사판이다. 국민의 잘못된 선택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악연을 끊지 못하고 있음이다. 이번에도 배후엔 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하려는 미국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짝사랑은 식을 줄을 모르니, ‘역사의 악연’은 앞으로도 더욱 끈질기게 계속되지 않을까 그게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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