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와 종교계에 영향을 주는 종교인을 비롯한 기업인, 문화예술인, 금융인, 사회단체 활동가 등 10개 분야 설문조사에서 기독교계는 단 1명만이 이름이 올랐다. 그것도 교회재정과 관련해서 송사에 휘말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여서 별로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시사저널>은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1989년부터 매년 가을에 실시해 왔다. 10개 분야 전문가 각 100명씩 모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해 왔다. 종교인 10명 가운데 기독교는 지난해에 이어 조용기 목사 1명만 이름이 올랐다. 누가 보아도 “이것은 아닌데”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뛰쳐나온다.

이것은 교회내부에서 바벨탑 쌓기에 급급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한국교회와 우리사회와 단절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그만큼 한국교회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도 2009년도부터 2016년도까지 발표된 기독교계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바벨문화와 다윗문화에 길들여진 대형교회의 목사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09년도에는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곽선희 목사, 김삼환 목사, 엄신형 목사, 김진홍 목사가 올랐으며, 2010년도에는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이광선 목사, 김삼환 목사, 2011년도에는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고 한경직 목사, 고 옥한흠 목사, 곽선희 목사, 김삼환 목사, 2012년에는 조용기 목사, 고 한경직 목사, 고 문익환 목사, 2013년에는 조용기 목사, 2014년에는 조용기 목사와 고 한경직 목사, 2015년과 2016년에는 조용기 목사의 이름이 올랐다.

이들 중 2-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이 과연 한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의심케 한다. 교회의 사이즈가 커서인가? 아니면 권력의 주변을 맴돌며, 직간접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쳐서인가? 아니면 예수님처럼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나라 운동 벌여서인가? 세계의 죄와 민족의 죄를 회계하고, 추상적이며, 감상적인 하나님나라를 외쳐서인가?

분명한 것은 여기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바벨문화인 대형교회를 만들어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렸던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인사는 현역시절 또는 은퇴한 이후 송사에 휘말려 한국교회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킨 인사이다. 또한 한 인사는 현역시절 최측근 장로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했다. 또 어떤 인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사들이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오늘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설문조사에 응했는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대형교회 목사이며, 모 연합기관의 장이라고 해서 선정했다면, 한국교회는 이미 빛을 바래 민족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계나, 천주교계의 인물들과 다른 점이다. 불교계에서 선정된 자승 스님이나, 혜민 스님, 법정스님, 성철스님 등은 죽어서나, 살아서나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것은 천주교도 마찬가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고 김수환 추기경 등은 죽어서나, 살아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기독교계의 인물들과는 정반대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선정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를 만들어야만 큰 인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중소 작은교회의 목회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벨탑을 쌓으려고 안간 힘을 쏟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예수님이 계신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행동하는 목회자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누가 보아도 빛바랜 설문조사임에 틀림없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