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순임 목사
세계 38개국 여성지도자들이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더불어 평화 프로세스를 개시해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을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평화협정의 부재가 남북한 양쪽에서 공포, 폭력, 인권침해, 그리고 전쟁준비를 위한 자원 전용에 따른 경제적 박탈을 초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한반도가 두개의 나라로 분단된 지 70주년이 되는 오는 2018년까지 평화협정을 체결해주기를 주문했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겸 인권운동가인 앨리스 워커와 글로리아 스타이넘, 1976년과 2011년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매어리드 맥과이어(북아일랜드)와 리마 보위(라이베리아) 등 38개국 133명의 여성 지도자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렇게 애써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이들의 바람대로 한반도가 전쟁의 참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소망한다. 정말 반 총장이 남은 임기동안 민족의 과업인 통일로 가는 빗장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상은 차려졌으니 이제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나설 때이다. 북한을 한민족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라는 전제가 없다면 동족상잔의 비극은 끝나지 않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첫 출발을 한민족이라는 개념으로 이 기회를 잘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누구보다 앞장서야할 것이 바로 우리 기독여성들이다. 그동안 기독여성들은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무릎 꿇고 나라와 민족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3.1만세 운동 때에도 누구보다 앞장서 ‘대한독립 만세’을 울부짖었고, 해방 이후에도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눈물로 기도했던 것도 우리 기독여성들이었다. 말 그대로 이 땅의 어머니들의 헌신과 섬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6.25전쟁 이후 폐허 속에 있는 나라의 재건을 위해 하나님께 간청 드린 사람들도 이 땅의 어머니였으며, 크고 작은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맨발로 나선 것도 우리 여성들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인권운동가도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인물도, 내로라하는 여성운동가도 아닌 바로 삶 속에 그대로 묻어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었다. 내놓을만한 직함이나 이름조차 없었던 바로 이 땅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작금의 기독여성들은 주저앉아 있는 듯하다. 여전히 대치 중인 남북의 통일과 세계평화, 국가안전을 위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기도의 여종들이 한 목소리로 울부짖어야 함에도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이대로 주저앉아서 우리 어머니들의 피와 눈물로 일궈냈던 민족의 역사를 묵살할 수 없다. 세계 여성지도자들이라고 칭하는 저들도 분단된 국가의 평화를 노래하는데, 우리 기독여성들은 무엇을 한단 말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불평등하다고, 제약이 많다고, 혹은 연약한 여성이라고 ‘나 몰라라’하지 말고, 민족의 어머니로써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 기독여성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그리고 통일의 대한민국이 되어 세계를 지으신 예수님의 위대하심을 전하는 축복받은 백성이 되도록 사용해 달라고 울부짖어야 한다. 또 미명의 무덤을 찾은 막다라 마리아와 같은 마음으로 통일의 대한민국이 되어 영광을 돌리도록 축복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긴 밤의 끝에 동녘이 찾아오듯 사랑의 주님을 주인으로 모신 자녀들의 간구에 반드시 응답하심을 믿고, 오늘 또한, 민족의 아픔을 안고 여종들이 모여 지친 무릎을 세워 창조주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를 올려야 한다. 반드시 믿고 올리는 기도에 응답해 주실 것을 끝까지 주님의 이름으로 간구해야 한다. 더 이상 분단의 아픔으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민족이 뜨겁게 기도하자.

예장 열린총회 초대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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