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위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청탁금지법, 부정청탁 금지법이 지난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간단히 말해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 법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경기침체 등 부정적인 이유를 들어서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고, 일부는 대한민국의 대변혁을 이끄는 법으로 청렴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가 된다고 생각하니 우선 기쁘다. 솔직히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일고, 사회는 정직보다는 거짓이 팽배하는 세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부패를 뿌리부터 처단하는 법이 시행되었으니, 깨끗한 대한민국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기회에 누구보다 한국교회가 김영란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한국교회는 김영란법의 주요 감시대상이 아니지만, 스스로 정직한 사회,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모범이 되길 소망한다.

사실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데에는 이런 저런 문제도 많겠지만, 금권선거 논란이 제일 심각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지만, 반성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교권주의자들 속에서 관행처럼 번진 돈봉투 놀이로 한국교회가 좀을 먹었다. 여전히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여전히 사회적 시선은 한국교회에 금권선거를 우려하고 있다. 방송이나 언론보도에서 다뤘듯이 돈의 액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 날선 비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그만큼 한국교회를 향해 거는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스스로 뒤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은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잘못을 덮기에 급급하지 말고, 스스로 인정하고 깨우쳐 변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 투명한 교회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각종 호텔이나 값비싼 장소에서 했던 각종 모임이나 회의 등도 이제는 바뀌었으면 한다. 솔직히 그동안 교단장 취임식이나 축하예배 등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행사들이 호텔 등 그럴싸한 장소에서 열렸던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부정청탁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먹는 식사 값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도 사실이다. 단체나 교회, 교단의 규모가 클수록 그 액수가 천만원 단위를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연례행사처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쁜 행사가 되길 소망한다. 값비싼 음식과 호화로운 호텔 라운지가 아닌, 한국교회의 색깔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소로 변경하길 바란다. 대신에 그곳에 들어갈 비용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대신 내어줄 수 있는 결단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몇몇 연합기관에서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각종 행사를 기존 호텔에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등으로 옮긴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기류가 점점 더 퍼져 한국교회 전체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정직과 청렴의 본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위가 아닌 겸손으로 고개를 숙이고, 과시가 아닌 청렴한 삶을 살아서 진정 이 사회가 닮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더 이상 목사라는 직함을 무기로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낮아져 섬김을 보이는 주의 종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소금과 빛의 사명감당에만 목을 매도록 해야 한다. 

한국그리스도의교회협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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