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 통합 이성희 총회장(오른쪽)이 기장 권오륜 총회장(왼쪽)에게 ‘고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38회 총회 제명 결의 철회 통지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이를 낭독하고 있다.

“본 교단 제38회 총회(1953. 4.24-28, 대구서문교회당)의 고 김재준 박사 제명 결의는 권징 없이 책벌할 수 없다는 헌법을 위반하고 총회가 제명 결의를 한 것이기에 제101회 총회(2016.9.26.-29, 안산제일교회당)에서 고 김재준 박사에 대해 제명을 결의한 제38회 총회의 결의를 철회하기로 결의하여 이를 귀 교단에 통지해 드립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통합 총회 임원단은 지난 12일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총회 사무실을 방문, ‘고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38회 총회 제명 결의 철회 통지서’를 전달했다.

통합 총회 임원단의 이번 방문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양 교단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연대활동에 함께 힘을 모아 협력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장 통합 총회에서는 총회장 이성희 목사를 비롯, 최기학 목사부총회장, 손학중 장로부총회장 등 대부분의 임원진이 참석했고, 기장 총회에서도 총회장 권오륜 목사를 비롯, 윤세관 목사부총회장, 황일령 장로부총회장, 이재천 총무, 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 김경재 박사 등이 참석했다.

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는 “예장 통합 총회의 결정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였다. 63년의 시간이 지났다. 인간의 주장에는 오류가 있지만, 하나님의 주장에는 오류가 없다. 양 교단의 이번 회기 주제가 ‘내 교회를 세우리니(기장)’와 ‘다시 거룩한 교회로(예장 통합)’로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놀라운 섭리로 우리를 다시 하나로 만드셨다. 오늘의 하나 됨은 거룩한 교회, 주님의 교회를 세워 우리 뿐 아니라, 둘로 나뉜 이 땅을 하나가 되게 하라는 거룩한 명령일 것이다. 연대와 협력으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희망의 역사를 이뤄가자”고 밝혔다.

예장 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는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기장총회 임원들에게 감사하다. 기장과 예장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왔지만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위해 공헌한 것은 동일하다. (과거에)김재준 박사님을 그렇게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시 모이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장공 선생님을 미리 처리하지 못한 것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함께 하나님나라 확장에 힘썼으면 좋겠다. 특히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과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를 새롭게 개혁하고 다시 민족을 이끄는 교회가 되게 하는데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김경재 박사는 “총회장 및 임원들이 직접 찾아와 줘 감사하다. 중요한 역사적 결정을 통해서 그것 자체가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총회든 노회든 그들의 결정은 인간이기에 잘못이 있을 수 있는 시대적 산물이다. 이번 결의로 인해 장공 선생이 하늘에서나마 기뻐하실 것 같다”고 밝혔다.

예장 통합이 제101회 총회를 통해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명과 면직을 철회하고,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단이 기장 총회를 직접 방문해 철회 통지서를 전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김재준 박사에 대한 제명 당시 신학적, 교리적 이유보다는 정치적이고 교권적인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제명 면직됐다는 근본적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행정적인 결의에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자리에서 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 김경재 목사는 “하나님 자녀들이 받았던 마음의 상처, 그리고 여러 교제와 선교의 단절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직도 지방에 가면 장공에 대한 터무니없는 오해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직시하지 않으면 교단 차원의 행정적, 법적 결의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어 “김재준 박사의 당시 주장이나 가르친 내용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63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는 것 자체가 이를 당연히 인지한 것이고, 이번 철회에 당시의 정죄가 잘못됐다는 것도 당연히 내포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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