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아프리카를 여행해본 사람이면 KOREA보다 SAMSUNG이란 말이 더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어떤 지인이 해준 말이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I am from korea”하면 Korea가 어디냐고 묻지만 “I am from samsung”하면 “Oh, samsung"하면서 반겨준다고 한다. 그 만큼 삼성의 지명도와 우수성은 세계제일이라는 뜻이며, 이 정도이기에 삼성이 해외에서 우리의 자부심이 되기에 충분하다해도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이 정말 삼성답지 않은 초라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갤럭시 7이 출시되자마자 밧데리 폭발사고로 전면 교환이 있었고, 교환하자마자 같은 이유로 단종을 선언하며 무려 7조에 이르는 손해와 기업 이미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필자도 갤럭시 7을 가지고 있다. 모양도 예쁘고 성능도 좋아 그냥 가지고 싶지만 비행기에 태워주지 않는다는 말에 속상하지만 다른 것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찹하다.

굳이 이름을 들먹일 필요도 없지만 일본 유수한 전자기업들이 삼성의 칼날에 날아간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기술력이나 자본이 모자라서 삼성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삼성의 도전 정신과 세계일류를 추구하는 삼성만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 적어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러한 삼성의 경영마인드는 단연코 일본을 포함한 세계 동종업계들을 평정하며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디지털의 첨단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삼성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갈 때 외쳤던 구호, 즉 ‘first one, best one, only one'를 되뇌며 업계 선두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추측컨대 삼성의 경영자들은 디지털 시대에 진입한 오늘에도 아직도 과거의 슬로건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갤럭시 7의 출시를 한달이나 앞당긴 무리한 출시가 무려 7조원의 손실과 기업 이미지의 심각한 손상, 동종 업계들의 발빠른 확장의 기회를 주고 말았다.

지금은 ‘first one, best one, only one'의 시대가 아니다. 모두 선두이고 최고이며 절대적 가치는 없다. 그래서 이 시대의 이슈는 최고의 안전과 즐거움 편리함이다. 과거에는 조금의 위험이 있어도 감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왜냐하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모자란 기술력을 모두가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기에 가끔 사고가 나고 또 어이없는 고장으로 속을 썩여도 소비자들은 이해해 주었다. 특히 삼성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최고의 성능으로 출시된 유일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자부심이 그런 모든 불편함을 상쇄시켰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모든 제품들의 구성 요건들이 차이가 없다. 그래서 안전성이 제일 조건이 되었고, 안전한 하드웨어에 기초하여 즐겁고 편리한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재미있는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즉 ‘best safe, best pleasure, best convenience'의 시대가 되었으며,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삼성은 유념해야 한다. 지금 삼성은 과거 이병철, 이건희의 세계 일류 경영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모든 일류 중에서 인간존중의 시대정심을 구현하는 새로운 슬러건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과 정보 그리고 자본이 있어도 시대를 읽지 못하는 경영은 어쩌면 동종 다른 업계를 성장시켜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세계 기업 삼성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이것을 경영과 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삼성 경영진의 깊은 반성과 삼성다운 혁신을 통해 이번 실패를 극복하고 여전히 우리의 자부심이 되어 줄 것을 강권하는 바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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