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어느 무더운 여름 오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휴스턴 역에서 한 노인이 개찰구로 나왔다. 신문뭉치가 담긴 비닐봉투를 손에 쥔 남루한 차림의 이 노인은 리머릭 대학교에 거의 1억7000만 달러(1990억원 상당)를 기부한 아일랜드 출신 억만장자 척 피니(81)다. 척 피니는 면세점 듀티 프리 쇼퍼스(DFS)의 공동 창업자다. 피니의 현재 재산은 200만 달러(2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30년간 남몰래 기부한 탓이다. 세상에선 아무도 몰랐다. 1996년까지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 23를 기록했던 그는 이미 1984년 아틀란틱 자선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면세점 지분 38.75%를 넘겼다. 75억 달러에 달하는 이 기부금은 그동안 62억 달러가 사용됐다. 미국과 호주, 베트남, 남아프리카, 아일랜드 등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과 과학, 의료 사업에 쓰였다. 2016년까지 나머지 13억 달러가 모두 사용되며 2020년에는 재단도 문을 닫는다. 기부 방법도 독특했다. 다른 부자들이 자선 활동을 언론에 알리려 애쓰는 것과 반대로 그는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름이 밝혀지면 지원을 끊겠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수혜자들이 마피아의 돈으로 의심했을 정도다.

피니의 삶은 지금도 검소하다. 자동차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비행기도 3등석만 고집한다.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호주의 브리스번,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머물 때 이용하는 아파트는 재단 소유다. 뉴욕에서 지낼 때는 딸의 집에서 신세를 진다. 전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비행기 2등석 타고 다닐 정도의 유산인 1억4000만 달러만 남겼다. 이 같은 통 큰 기부는 많은 재벌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재벌계 기부의 왕으로 꼽히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척 피니가 나의 롤모델”이라고 할 정도다. 피니가 악착같이 재산을 모은 이유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피니는 최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 행복하고, 돕지 않을 때 불행합니다!”고 말했다. (출처 : 아시아경제 2012. 09. 24)

우리는 “30년간 수십억佛 익명 기부…자신은 빈손. ‘내 손목시계는 15달러짜리’…재산 99% 기부 ‘척피니’”와 작금의 전경련 등 대기업들의 지배주주들 등이 너무 비교 된다는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일까 작금에 우리 대한민국은 부당거래로 뒤숭숭하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다시 잊혀 지겠지? 또다시 우리는 박수칠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겠지? 종교개혁 499주년을 지나, 500주년을 눈앞에 두고 그 기념 준비에 한창인 우리는 ‘츠빙글리’ 등의 순교, “‘척 피니’의 등을 거론하지만, “너도 그렇게 살아라!”는 교훈뿐, 그분들의 삶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만 사용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으며,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면, 우리역시 부당거래에 줄을 서는 일을 즐기는 자들이다.

<최태민은 사이비 ‘영세계’ 교주… ‘목사’ 아닌 ‘칙사’ 자처.> 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1994년 사망)씨가 사이비 혼합종교의 교주였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나왔다. 1970년대 초 최씨는 이른바 ‘영세계(靈世界) 교리’를 전하는 ‘칙사(勅使)’로 활동했으며 이를 신문광고를 통해 알렸다. 국민일보는 26일 관련 문건을 월간 현대종교로부터 입수했다.(출처 : 국민일보 2016. 10. 26) 참으로 찹찹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교계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일부 목사들은 ‘최태민’씨 앞에서 박수를 쳐오지 않았던가? 언론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그동안 단 한마디의 말이나, 단 한 번의 의문도, 단 한 줄의 의혹 보도도 없더니, 지금에 와서야 그에 관한 보도를 소낙비 같이 쏟아낸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해 진다. “인간의 속성이 이런 것일까?”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 것일까? 그러나 앞으로도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면, “위하여!”를 외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따라서 앞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개으름을 피우지 않음으로, 매사에 부당거래에 줄을 서지 않도록 하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

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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