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더 이상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바보는 없다. 아직도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말은 청와대 혹은 친박 진골들과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방패용 언사일 뿐이다. 연일 터지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한 보도를 보면 단순한 추측성 보도에서부터 확실한 자료에 기초한 방대한 비리 커넥션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올라오고 있다. 이중에 몇 개가 사실이 아니라 해도 이건 더 이상 나라도 아니고, 통치도 정치도 없는 미개국의 전형을 보고 있다. 어쨌든 수사는 필요하지만 법적 마무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검찰이 어설픈 마무리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성난 민심의 장도(長刀)가 사법권의 처형을 실행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날 정치검찰의 오명을 씻겠다는 자세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수사해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정치공학적 접근이나, 정권 보호를 위한 통치권 차원의 방해와 위협이 있을 것이지만, 정도(正道)를 가는 검찰 뒤에는 더러운 국정농단의 비호세력과는 비교가 안되는 분노한 민심의 깨끗하고 정의로운 힘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이 불쌍하다. 폐족친박들의 살아남기 투쟁이 불쌍하고, 퇴족친박들의 생환투쟁이 가엽고, 이도 저도 아닌 이들의 엉거주춤이 처량하다.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빚이 많은 이정현 대표, 밀짚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적지와 다름없는 지역구를 누비며 사자후를 토하던 그 기세도, 영남주류의 당에서 호남의원으로서 대표가 되던 그 기세도, 대통령의 비선정치와 그 회포, 막장으로 드러난 이 엄청난 결과에 대하여 가슴 시원한 처신을 못하는 그의 처지도 새누리당의 형편과 그리 다를 것이 없어 보여 불쌍하다.
새누리당의 침몰은 이 나라 건전한 보수진영의 고통이 되었다. 그대로 침몰해버린다면 또 다른 보수정당이 생기겠지만, 새 정당이 지금의 새누리당과 같은 스펙을 갖추기 까지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너무 크다. 그 사이에 종북좌파의 재기와 이에 빌붙을 간교한 사이비 기회주의 좌파의 득세를 막아낼 여력도 없다. 돛대가 부러진 새누리당의 난파현장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땅의 건전한 보수를 위하여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총무에게 주목한다. 그는 대통령에게 정치적 빚이 그리 많지 않고, 정치적 배경이 금수저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 이가 지금은 그뿐인 듯하여, 시중에 회자되는 말을 빌어 그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물들어 올 때 배를 띄우고, 바람 불 때 돛을 올려라”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한자리수인 집권여당의 폐허를 재건할 길은 이길 뿐이다. 작금의 위기를 역으로 기회를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을 향한 성난 민심의 쓰나미에 새누리당을 띄우고, 거센 비난의 돌풍을 마주하여 돛을 올려야 한다. 그 동안 누리고 가졌던 것들을 다 버리고, 건전한 비판자들을 전면에 모셔라. 뒤에 숨어서 새누리당을 움켜쥔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을 하선시켜라. 진정한 보수는 그 시대의 가치와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 헌신하는 세력이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모리배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모리배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방관한 이들이며, 이를 직, 간접적으로 도우며 이득을 챙인 이들이다.

정 총무는 “물들어 올 때 배를 띄우고, 바람 불 때 돛을 올려라!”라는 말을 명심하라. 이것이 새누리당의 개혁세력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는 건전 보수인사들의 바램임을 기억하라. 헌법1장1조의 가치를 생명으로 지키겠다는 각오가 이 나라 보수를 살리는 길이다. 보수가 건전해야 진보의 가치도 빛을 발한다. 지금의 진보도 역시 쓰나미와 태풍을 맞고 있지만 그들 역시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새누리당을 향하여 거대한 정치적 쓰나미와 태풍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가 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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