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소 영 목사

왜 국민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하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왔는가. 지난 29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는 최순실 의혹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촛불집회에 성난 시민 2만여명이 참석했다. 대규모 시위였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경찰과 충돌 없는 평화적인 시위였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선출 당시, 여성대통령 선출에 대해서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크게 환영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주변 친인척들의 비리로 인해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주변이 잘 정리된 박근혜 대통령 선출은 국민들에게 한마디로 희망이었으며, 개혁이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강한 보수적인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여성대통령의 선출은 말 그대로 변화였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나라는 시끄럽기 시작했고, 박 대통령 주변인물들이 속속 드러났다. 문제의 중심에 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 차제하고서라도,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 목사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이것은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교회는 최태민 목사가, 목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최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안수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과거 한국교회 50여명의 지도자들이 최태민 목사를 목사로 인정하고, 그가 창설한 십자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왜 한국교회는 이제 와서 최태민 목사를 목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과거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각종 언론에서 최 목사의 악행이 들어나면서, 자신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갈 것이 두려워서인가. 그러면서도 일부 단체와 여기에 속한 목사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 감싸기에 나섰다. 이것은 분명 성난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군력의 주변을 맴돌며, 교회를 성장시켜 온 한국교회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최태민 목사를 안수한 종합총회의 총회장 전기영 목사는 과거 최 목사의 형태에 대해서 과감 없이 털어 놓았다. 최 목사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적 부부관계 등등을 말이다. 최 목사가 종합총회에서 안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그와 함께 활동하며, 그를 목사로 인정했음에도, 구태여 그를 목사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이 부끄럽다.

분명한 것은 당시 한국교회의 지도자급인 강신명 목사, 최훈 목사 등등 50여명이 반공과 승공을 앞에 내걸고 함께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당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는 신신묵 목사를 위원장으로 최태민 목사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 위원회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늘 한국교회의 비겁함은 지금까지 누려온 권력을 하루아침에 내려놓을 것을 생각하니 허망할 것이다. 종교개혁 주간을 맞은 한국교회는 그러고서도 루터의 종교개혁을 말한다.

예수님은 잘못된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비난했다. 권력의 비호아래 주류가 된 한국교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님이 벌인 하나님나라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연합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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