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 목사
코미디 같은 일들이 오늘 한국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 읍소(?)하게 만든다.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그대로 멈췄고, 국민들의 배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 같으면 움츠러들어 아무런 말도 못했던 방송가, 연예계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들에게 웃음을 줬던 각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들도 일제히 최순실 사태를 꼬집고,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들었다. SNL코리아 시즌 8에서는 전체 코너 중 절반이 최씨 일가의 이야기를 다룬 수위 높은 코너가 많았다. ‘이웃 2016 vs 1980’ 코너에서는 배우 김민교가 최순실 복장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개그맨 유세윤이 승마 복장으로 등장해 신들의 따귀를 때리며 정유라씨를 패러디했다.

KBS 간판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도 이에 질세라 강도 높게 현 사태를 비꼬았다.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을 풍자하고, 과거 주요 정치적 이슈 등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민상토론’도 부활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지금 사태가 최순실 게이트인지, 아니면 박근혜 게이트인지를 두고서 논쟁을 벌이는 등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프로그램이 아닌,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진정 치유해주는 일명 고급진 코미디였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이처럼 속 시원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100만 촛불집회에 한국교회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반대한다는 집회까지 열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바닥에 곤두박질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 부끄러운 자화상을 스스로 그린 셈이다.

가장 먼저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였다. 하지만 여전히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처럼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 적어도 100만 촛불집회의 선봉에 서서 심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해줬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이 땅의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치다. 행동하지 않는 교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지 몇 줄의 시국선언문을 낸다고 그것이 교회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촛불을 든 광화문 광장을 생각하면 한국교회는 반성, 또 반성해야 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도 이 나라가 바르게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길거리에 나서는데, 언제까지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제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닌, 중고등학생들의 피켓시위가 아닌, 한국교회가 나라의 국운을 위해 행동을 실천에 옮길 때이다. 그것이 바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으면서도 큰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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