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5년 3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법률상 모호성으로 인해 시행과정부터 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회장 선거에 총대들에게 뇌물 형식의 돈봉투가 제공됐다는 소문과 신학대 총장이 이사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언론보도 등으로 한국교회도 김영란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영란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고,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끊기 위한 대안을 살펴보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26회 기독교학술원 영성포럼이 지난 11일 ‘정의로운 사회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열린 것.

먼저 장헌일 박사(공공정책개발원장, 생명나무숲교회)가 청탁금지법의 이론적 배경을 발표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목적 및 정의 △청탁금지법 추진배경 △청탁금지법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정의로운 사회와 한국교회와 관련 “정의로운 한국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누구보다도 크리스천들이 앞장서야할 때”라면서, 김영란법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교계 단체와 한국교회를 겨냥해서도 “기독교인이 먼저 정직해야 하고, 뇌물을 주고받지 않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교회는 부패한 사회에서 짠맛이어야 하며, 어두움을 내쫓는 등잔불이어야 하고, 숨길 것 없는 투명한 교회여서 세상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모여드는 대안적인 사회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한국교회가 공교회성 회복과 공공성의 역할을 감당 할 때 교회와 성도의 삶은 공의와 정의를 삶에서 실천하는 참된 예배자로서 살게 되며 부정과 부패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오랫동안 잘못된 관습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생활의식혁명의 시도”라며, “우리국민 스스로가 부정부패와 청탁사회를 근절하는 바른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기독교가 앞장서 성경적 세계관을 토대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로 우리사회를 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교회의 구성원 중에서 김영란법에 대상되는 공무원, 교직원, 언론사에 관계된 성도가 있으면 교회에서도 김영란법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교회정관에 김영란법에 대한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장 박사는 “한국교회가 부정 청탁 금지에 대한 윤리적 모범과 정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매번 교단과 연합 기관의 회장 선거에서 뇌물 형식의 돈봉투가 일부 선거 협잡꾼에 의해 요구되기도 하고, 대의원에게 제공된다는 소문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 박사는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건전한 활동과 교류가 제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법 취지에 충실하게 법의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자신에게 소요되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김영란법의 시행이 한국사회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평가하고, 한국교회가 국가적 위기 앞에서 회개와 결단으로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하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를 선도하는 제자도를 실천하는 예언자적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일침 했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김영종 박사(숭실대 명예교수)는 부패문화 방지를 중심으로 김영란법을 살펴봤다.

김 박사는 청탁금지법의 핵심은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로 하여금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종래의 형법의 뇌물 죄에서 제외된 대가 성 유무를 가리지 아니하고 금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부패방지를 위한 부정청탁의 금지는 포괄적이고 다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일곱가지 효율적인 집행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김 박사는 모처럼 이루어진 부정청탁운동이 국민운동으로 확산되도록 그 효율성과 효과 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반부패 문화확산운동의 전개를 꼽았다. 그러면서 마치 1970년대 초에 농촌의 개혁을 주도하고 그 후 도시와 전국민들에게 확산되어 대한민국을 근대화하는데 기여한 새마을 운동과 같은 차원에서 시민 주도하에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파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직자동기 교육을 통해 공직동기가 철저한 사명자를 공직자로 임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각급학교교육을 통해 공직자의 동기를 강화하고, 앞으로 공직자가 되기를 원하는 후보자들을 교육 훈련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 방법으로는 중고교의 커리큘럼에 반 부패교육의 단원을 넣어서 청렴한 의식구조를 미리 준비하게 하는 교육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김 박사는 일선공무원이나 주민센터, 반상회 등 조직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관련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부패현상은 부패의 의식과 관습, 태도, 삶의 행태 등 오랫동안의 삶의 태도이므로 부패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임을 강조하고, 부패 문화의 개혁 시도를 요구했다.

덧붙여 이 법을 부정적 네거티브 시스템에서 긍정적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집행방향을 전환하고, 권익 위에 청탁금지법을 운용할 컨트롤 타우워를 수립해 일반 국민들의 일상의 삶에 혼란이 유발되는 것을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전략으로는 장기적인 반 부패 정책으로 로비공개법 입법화를 들었다. 음성적인 폐쇄적 부패활동을 제도적으로 양성화하고, 권력중심으로 발생하는 로비형 부패를 원천봉쇄함으로 뿌리 깊은 부패의 구조를 개혁한다는 것이 취지다.

김 박사는 “로비형 부패구조가 국가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오랜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여 로비형 부패의 통제장치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라며, “네거티브시스템에 의한 외적, 강제적, 처벌위주의 시스템보다는 내적, 자율적, 공직동기유발에 의한 헌신적인 공직수행방향으로 대개혁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패의 효과적인 방지 없이는 21세기 국제화시대에 국가선진화의 목표에 접근할 수 없고, 진정한 의미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복지국가와 정의국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부패의 구조적인 유착관계를 차단할 새로운 시스템의 장치와 작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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