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목소리 울려 퍼져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100만 국민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12일 열린 3차 촛불집회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00만명(경찰추산 26만명)의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가득 메웠다. 부산을 비롯한 대구, 광주, 울산, 제주 등 전국의 도시와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도 교민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말 그대로 전 세계적으로 ‘박근혜 퇴진’이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12일 서울을 밝힌 촛불의 일렁임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울분을 고스란히 담았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놀아난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그 주변에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득세했던 이들에게 치를 떨었다. 또 사과담화문을 통해 말장난을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통탄하고, 진척이 없는 검찰수사에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유모차를 끌고 자신의 자녀에게 후일의 역사를 가르치는 부부와 교복을 입은 채로 국가 최고의 통치자보고 하야하라고 외치는 학생들,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맨몸으로 부딪쳐 온 어르신들의 호통 등 이들 모두는 나라가 처한 현실에 대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이러려고 대통령을 뽑았나”하는 심정으로, 진실과 정의가 땅에 곤두박질한 이 나라의 현실을 비통해 했다. 이들은 법원이 허용한 청와대 앞 1KM 직전까지 걷고 또 걸었다. 우뚝 선 세종대왕상이 마지 선봉에 선 것처럼, 경복궁 역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요청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의를 향한 울부짖음이었고, 진실을 위한 목마름이었다.

이 시위에는 국민들뿐 아니라, 각 정당과 연예인 등도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저마다 바른 소리를 내며,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3당 대표들은 물론,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차기 대권주자로 점쳐지고 있는 인사들도 참여해 한마음이 됐다.

여기에 평소 바른 목소리를 냈던 방송인 김제동씨와 개그우먼 김미화씨, 가수 이승환씨, 정태춘씨, 전인권씨 등 연예인들도 현장에 동참했고,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연예인들과 공인들은 SNS 등을 통해 촛불집회에 힘을 보태고 대한민국이 올바로 서기를 간절히 요청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시위가 폭력을 뛴 것도 아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데도, 오히려 하나처럼 질서정연했다. 시위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미안할 정도로 ‘행진’ 그 자체였다. 무려 100만명이 모였음에도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일부가 경찰이 바리게이트처럼 막아놓은 경찰버스에 오르고 득달처럼 달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려는 찰나, “비폭력”이 외쳐졌고, “평화시위”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경찰이 놓친 방패를 주워 다시 경찰에게 건네고, “경찰들도 한 국민입니다”란 가슴 울먹한 외침도 나왔다. 집회 때마다 문제가 됐던 쓰레기 문제도 없었다. 저마다 가져온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직접 주워 담았다. 평화시위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성숙한 국민의식이 모두 표출된 자리였다.

한국교회 뒷짐만 지고 있나

물론 이 자리에 한국교회도 있었다. 하지만 100만 국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기에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박근혜 퇴진 운동본부, 예장(통합)목회자시국기도회,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감리교시국대책위 등 일부 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서울역 광장에서는 미스바구국연합기도회를 열고 오히려 대통령의 하야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한 쪽에서는 어린아이까지 나서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데, 정작 목소리를 내야할 한국교회가 대통령을 두둔한 것이다. 그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행태를 따끔하게 야단치기는커녕, 대통령이 불쌍하다고까지 하면서 비호하기 바빴다. 이러니 불똥이 애꿎은 한국교회로 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개독’이니, ‘먹사’니 등등 온갖 비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그래도 이들은 좌로나 우로 행동하는 양심들이다. 문제는 책상에 앉아서 시국을 바라보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들이다. 솔직히 최순실 사태로 나라 전체가 곤란에 처했을 때 이들은 관망하면서 사태를 지켜봤다. 처음에는 대통령에게 쏠리는 비난을 방어하려는 노력까지 했다. 문제의 본질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알면서도 괜한 북핵문제를 이야기하는 등 소위 ‘물타기’의 행태를 취했다.

이들이 내놓은 시국선언문이라던가, 긴급성명서 등등은 나라의 위기에는 동조하지만, 대통령만은 보호하겠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특히 보수의 색채를 띠고 있는 한기총과 한교연 등은 연일 성명을 통해 국정농단 최순실 사태의 본질에 대한 입장보다,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하는 등 엉뚱한 이야기만 쏟아냈다.

초기 최순실의 아버지인 최태민의 이야기가 언론의 전파를 탔을 때에도 단지 “최태민은 목사가 아니다”라는 지엽적인 이야기만 했다. 이마저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최태민은 과거 예장종합총회에서 안수를 받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목사’가 맞다. 사실이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정규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차 한국교회와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만 배설했다. ‘꼬리 자르기’를 행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꼬리 자르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솔직히 과거 최태민이 주도했던 구국선교단에 한국교회 주류 목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마저 드러났기 때문이다. 말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외치는데, 당시 반공이라는 이름아래 군사훈련까지 몸소 나선 것이 목사들이었다. 결국 한국교회의 과거 행적은 만천하에 드러났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회개와 각성을 통한 반성은커녕,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을 선언문만을 내놓고 시국을 논하고 있다. 직접 현장에 동참하는 것은 일부고, 나머지는 그저 뒷짐만 진채 선비놀음에 빠져 있다. 과거 군사훈련까지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머릿속에 담긴 몇 자의 지식만으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들은 100만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왜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섰는지 알지 못한다.

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며, 한국교회가 가져야할 자세가 아니다. 가뜩이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데, 오히려 역효과만 낼 뿐이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00만명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자신하지 말고, 100만명 중 10만명이라도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의 촛불집회는 19일 전국 100개 시군단위에서 계속되고, 지난 12일처럼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오는 26일 재차 열릴 예정이다. 그때만큼은 한국교회가 진정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제는 진심을 담아 거리에 나서서 정의와 공의를 외쳐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행동하는 양심이자, 하나님의 편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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